<인스타그램 안 하면 정말 망할까?> 후일담
2025년 8, 9, 10월 3개월 동안 인스타그램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작은배 강단과 소신입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로그아웃아일랜드'와 함께 <인스타그램 안 하면 정말 망할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개인 계정은 물론, 운영 중인 브랜드/회사 계정에서 콘텐츠 소비와 발행을 완전히 멈추는 시도였는데요. 대형 플랫폼에 들어가 끊임없이 나를 알려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을 잠시 내려놓으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켜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고, 작은배와 로그아웃아일랜드는 무사히(?) 살아남아 인스타그램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두 팀이 다시 모여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날 나눈 긴 대화를 프로젝트 후일담으로 정리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지운 후 느꼈던 불안, 의외로 좋았던 점, 홍보를 위해 노력한 것, 앞으로의 계획이 대화록 안에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대화한 날짜 2025년 11월 4일
전체적인 소감은?
소신 우리 인스타그램 안 했던 소감을 한번 얘기해 볼까? 일단 난 너무 좋았어. 자유롭고 좋았어.
힌지 나는 '내가 인스타용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보다 많이 노력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사진들을 찍을 필요가 없으니까 자유롭더라고. 너무 좋았어.
래리 기억이 나거든, 몇몇 순간들이? 만약 우리가 로그아웃 월간통신을 보냈으면 ‘월간통신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만 인스타에 올려도 되지만, 힌지는 일단 밖으로 나가. 편지를 들고 옆집 능소화 아래로 가. 거기서 최대한 편지봉투가 잘 나오게 사진을 찍고 한 십분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야.
힌지 맞아 그런 거. 그런 것들.
강단 능소화?
힌지 편지를 찍으러 갔는데 사진의 배경이 필요한 거야. 장미의 계절엔 장미 앞에서, 능소화의 계절엔 능소화 앞에서, 없으면 텃밭의 로즈마리 앞에서. 이런 인스타그램 스토리 용 사진들을 많이 찍었었어.
소신 나는 내가 얼마나 인스타를 억지로 했는지 알게 됐어. 나한테는 인스타그램이 ‘우리를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인 것 같아. 예를 들어 ‘오늘 강소팟 발행했습니다’하고 소식을 올리면, 물론 팔로워 수를 아니까 이만큼의 사람들이 보겠지 추측할 순 있지만 정확하게 누가 이걸 보는지는 모르잖아.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말하게 되는 거지. 강소팟을 실제로 듣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얘길 하는 것 같으니까 소통이나 글 쓰는 게 재미가 없었던 것 같아. 근데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동안에는 우리 웹사이트에 댓글 달아주는 사람들, 아니면 메일을 보내주는 사람들하고 일대일로 소통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글 쓰는 거를 진짜 싫어했구나’를 깨달은 것 같아.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컸어.
래리 나도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자유를 만끽하게 된 게, 둘은 이미 잘 알겠지만 ‘로그아웃’아일랜드인데 인스타를 한다는 것에 나는 계속 괴리를 느껴왔거든. '소셜미디어 멀리해야 한다' 같은 얘기를 글로 맨날 쓰면서도, 왜 나는 계속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려고 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스토리를 많이 봤는지를 확인하려 할까. 이런 게 모순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걸 드디어 안 하니까 ‘아, 내가 옳은 길로 다시 좀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았어.
소신 나한테 맞는 선택을 했다는 그 만족감이 제일 컸던 것 같긴 해.
래리 어. 어쩔 수 없이 하던 것을 드디어 안 하게 됐으니까.
강단 인스타그램을 안 하면 좋은 게, 다른 사람의 반응을 안 봐도 된다는 거.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나, 댓글 달았나, 팔로우 늘었나 하는 이런 거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계속 신경 쓰고, 심심하면 들어가 보고. 그런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게 일단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우리 포스트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 포스트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있어. 우리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우리가 생각했을 때 멋있는 사람, 아님 우리가 생각했을 때 별로인 사람. 뭐 이런 것도 다 보게 되잖아. 보면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지? 아니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인기가 없지? 내가 봤을 땐 너무 멋진데?’ 그런 생각을 안 해도 되니까 좋은 것 같고.
래리 너무 맞는 말이다.
강단 이번에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갔을 때도 창작자분들이 뭘 만드는지 모르고 부스에 갔거든. 근데 만약 인스타그램을 했으면 미리 다 알았겠지. ‘아, 이 책이 그 책이네요,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책이네요’ 하고. 근데 모르니까 가서 다 물어봐야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하고 대화를 나눠야 했어. 사실 누가 참여하는지도 잘 몰랐어. 줌 오리엔테이션 할 때 그제야 ‘이 사람들 되게 멋있는 사람들이구나’ 알게 됐는데, 인스타그램을 했으면 20팀의 계정 하나하나 전부 들어가 본 다음 ‘아 이 사람은 이런 철학이 있구나. 이런 제품을 만들었구나’ 다 알고 가는 거였으니까 재미가 떨어졌을 거로 생각해.
래리 나는 또 어려웠던 게 탐색 탭이었던 것 같거든. 되게 자극적이고, 사람을 낚는 콘텐츠들이 많잖아. 그게 몇 장 넘겨보면 별 이야기도 아닌데, 막 유명인을 두고 이상한 식으로 피드 제목을 짓는다든가 하잖아. 항상 보면서 불쾌했는데 그걸 안 보기가 쉽지 않은 거야. 그뿐만 아니라,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탐색 탭에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것에 계속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3개월 동안 안 보니 너무 편안했어.
소신 소비자로서도 확실히 자유로웠던 게, 나도 비교 안 해도 되니까 좋더라고. 지금이 11월 4일이니까 3-4일 동안 다시 인스타를 한 거잖아. 그 사이에 외부 행사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사람들이 오랜만에 우리를 스토리에 태그해 준 걸 보니까 재밌는 거야. 근데 어느 순간, 같은 행사에 참여한 다른 창작자분들 계정에 들어가서 ‘다른 분들은 얼마나 태그됐을까’ 이걸 보고 있더라고. 스토리는 세보지 않아도 ‘땀수’라고 해야 하나? 그걸로 알 수 있잖아. ‘아 이 사람은 진짜 팬들이 많은가보다. 우리도 사람들이 더 올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정말 불과 3-4일 만에 그런 변화를 겪는 게, 너무 답답한 거야. 아 진짜 내가 다시 이 세계에 왔구나. 그때 나는 실감했어.
힌지 나는 인스타그램을 다시 하면서 잊고 있던 소외감들이 떠올랐던 것 같아. 인스타그램을 하면 사람들의 근황을 너무 쉽게 알 수 있잖아. 소식들을 자발적으로 찾아보면서도 ‘저기에 내가 없네, 내가 지금 저곳에 갈 수가 없네’ 같은 생각으로 소외감이 느껴지는 거야. 인스타그램에서 관계에 집중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소외감을 부추겨서 인스타그램을 더 활발하게 이용하도록 만든 장치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우리가 로그아웃아일랜드에서 올리는 스토리도 ‘우리 이번 모임 이렇게 재밌었어요. 당신도 오고 싶었죠? 다음에 꼭 오셔야 해요?’ 라는 느낌으로 올렸던 건 아닌가, 누군가의 소외감을 나도 모르게 이용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불안하지 않았는가?
소신 인스타그램 안 하기로 결정하고 불안감 같은 건 없었어?
힌지 있었어. '3개월 사이에 잊히면 어떡하지, 소식이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우리가 돌아와도 사람들이 쟤네 누구야? 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거 같아. 그리고 뭔가를 안 하고 있다는 초조함도 있었어. 이런 비슷한 감정을 예전에도 느꼈었는데, 언제였냐면 퇴사 직후부터 다음 입사 사이의 공백기 때. 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지금 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이렇게 놀고 있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았어. 근데 그런 공백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점차 나한테 더 맞는 일을 조금씩 찾아 가게 된 거니까. 그래서 인스타그램 쉬는 걸 잠시 퇴사했다고 생각하자고 처음엔 생각했었어.
소신 오, 좋은 생각이다.
래리 나도 해야 할 일을 빼먹은 것 같다고 느꼈어. 맨날 올리던 ‘목요일 글 올렸습니다’하는 피드라던가 일상적인 피드, 스토리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니까 일을 안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근데 사실 인스타가 일은 아니잖아. 인스타는 글을 홍보하는 수단이었어야 했던 건데 ‘우리가 인스타를 올리는 걸로 성취감을 얻고 있었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워가는 것이 우리의 진짜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큰 일 하나가 탁 빠져버리니까 마치 백수 된 것처럼 ‘우리 뭔가 편안하네. 이상하다’ 이런 얘기도 했었거든.
소신 비슷한 얘기 같은데, 나는 작은배 옛날 피드를 계속 살펴보는 그런 이상한 습관이 있었어. 피드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왔구나. 잘하고 있네.’ 그게 마치 우리의 연혁인 것처럼 보는 거지. 그러면서 ‘다음 그림은 뭐가 좋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 근데 그게 실제로 일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아. 일이라는 건 사실 그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되고, 내가 그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보이는 그림을 맞추는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다음으로 어떤 조각이 들어가야 작은배 피드가 완전해지고 결이 맞춰질지 고민하는 그런 이상한 습관이 있었어.
힌지 나는 아마 더 심했을 거야.
소신 위로가 된다.
힌지 나는 어떤 것까지 봤냐면, 피드 조각들을 봤을 때 비슷한 이미지가 너무 세로로 줄지어 있으면 정말 못 참겠는 거야.
소신 어어, 나도나도. 그럼 숨겨. 게시물을 숨겨.
힌지 나도 숨기고 싶은데, 래리는 절대 숨기지 말라고 해. 그래서 ‘비슷한 게 더 모이는 게 싫으니까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뭐 하나 더 올리자’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피드의 시각적인 조합까지 신경을 쓰고 있더라고.
소신 나도 인스타 안 하기로 한 다음 불안했어. 첫 번째로는, 돈을 받고 여는 모임이나 워크숍이 있을 때 새로운 참여자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에서 온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앞으로 3개월 동안 작은배가 계획하고 있는 일정들이 쭉 있는데, 이게 잘 안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확실히 좀 컸어. 두 번째로는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아이디어 얻는 데 썼단 말이야. 만들고 싶은 걸 발견하기도 하고 ‘어 이 사람은 이런 걸 만들어 보네, 나도 나중에 한 번 해봐야겠다’ 이런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근데 내가 그런 걸 어디서 보지 이제? 이걸 안 보면 창작자로서 좀 뒤쳐질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불안도 조금 있던 거 같아.
래리 맞아 맞아 그거에 대한 불안 있지.
힌지 강단은 그런 불안함이 있었어?
강단 나는 아예 불안함이 없었는데. (일동 웃음) 인스타그램은 안 하는 게 맞다고 원래 생각해서. 솔직히 말하면… 인스타그램은 악이다. (일동 폭소) 이 세상의 어둠이기 때문에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우리가 유명해져봤자, 보는 사람들은 어차피 우리를 굉장히 짧게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제 비행기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에 있는 어떤 분이 핸드폰을 높이 들고 있어서 뭘 보는지 다 보이더라고. 근데 너무 정신이 없는 거야. 인스타그램 들어가서 스토리를 타다다닥 누르다가 다른데 들어가서 커뮤니티 막 내리다가 뭐 유튜브 댓글 창 보다가 한 3초에 하나씩 바꾸더라고. 정신이 없어. 그분은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서 그걸 하시는 거야. 근데 나라고 해서 크게 다를까. 스마트폰 할 때 솔직히 대부분 다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 같고. 인스타그램에 뭐 올린 거 뭐 그렇게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했을 때, 작은배가 그냥 이렇게 짧은 호흡으로만 이해받고 싶은 건 아니니까. 인스타그램에서 뭔가가 잘 터져서 판매가 잘 되고 이런 게 있을 순 있지만, 우리를 오랫동안 살펴보고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 그런 분들이라면 인스타그램이 아닌 통로로 우리를 만났을 때 오히려 더 만족할 수 있을 확률이 높겠지. 그렇다면 홍보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우리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후원자들도 있고, 팟캐스트도 하고 하니까. 이 정도만 홍보해도 모집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뭘지를 고민하는 게 오히려 맞을 수 있지. 인스타그램 안에서 어떻게 하면 터뜨릴 수 있나 대신에. 뭐 챌린지 시작할 것도 아니고. (일동 웃음) 인스타그램 제대로 할 거면 챌린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소신 제대로 할 거면?
강단 응. 인스타그램 안에서 내가 홍보를 잘하고 싶고, 물건을 많이 팔고 싶다면. 요즘에 뭐 이런 쇼츠가 유행한다고 하면 따라서 해야지. 왜냐하면 그래야 거기서 뜨는 거잖아. 근데 그렇게 따라가길 원하는 게 아니면 투자하는 시간 대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잘 얻을 수 없을 것 같고.
힌지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쓸 때 ‘어차피 써야 하는 거라면 우리 식대로 써보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거든. 그래서 최대한 유행하는 형식의 콘텐츠를 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심심한 거라도 올리곤 했어. 근데 인스타그램의 시스템이 그런 방식으로 콘텐츠를 올리면 다른 사람의 피드에 노출해 주질 않는 거야. 이 안에선 답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야. 릴스를 하면 사람들에게 노출이 더 잘 되고, 음악이라도 하나 넣으면 더 노출이 잘 된다고 인스타가 알려주니까 다 똑같은 모양 콘텐츠가 되는 거잖아. 탐색 탭만 봐도 썸네일이 거의 비슷하고, 릴스를 보면 모두 같은 음악이 나오고. 결국 비슷한 것만 생산해서 유행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거기엔 순응하고 싶지 않더라고.
창작자로서 고민은 없었는가?
힌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기로 하고, 소신과 통화를 했을 때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 지금 인스타그램 북마크 했던 거 캡처해 놓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동안 저장해놓은 것들이 필요한 순간이 올까 봐. 근데 3개월 동안 한 번도 안 봤어. ‘북마크 하는 건 그 순간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거였구나, 저장해 놓고 보지 않게 되는구나’ 생각했지.
래리 이건 인스타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를 돌아봐야 하는….(일동 웃음)
강단 엄청 많은 걸 본다고 내가 영감을 얻고 뭔가 앞으로 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이런 건 진짜 아닌 것 같아.
힌지 북마크 아이콘을 누르면 ‘이제 이건 내 거다’하는 안도감이 있어. 그래서 보지 않게 될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아. 게다가 인스타에서 얻는 인사이트들은 너무 쉽게 얻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거 처음 본다, 너무 새롭다’ 하면서 인사이트라고 저장하지만, 나한테 뜰 정도면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은 거야. 누군가가 재밌다고 공유해 준 아이디어가 이미 봤던 아이디어인 경우 많잖아. 그래서 좀 어렵게 얻는 인사이트가 더 중요하겠다 싶었어. 인스타 밖으로 나가서 내가 직접 얻는.
소신 생각해 보면 인스타에서 찾아보던 인사이트보다 이번에 인천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가서 부스 둘러본 게 훨씬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아.
래리 마구 저장하는 게 진짜 위험한 게, 맥시멀 리스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소유욕 때문에 자꾸 저장하려고만 하는데, 정말 괜찮은 콘텐츠면 굳이 저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남잖아. 근데 마음이 불안하니까 일단 창고에 마구마구 담아두는 것처럼 우선 저장해. 그럴 때,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닌데 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
강단 인사이트라는 게 가만히 있을 때 날 찾아오는 거지, 내가 억지로 찾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아까 힌지가 책을 낸다면 이렇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잖아. 근데 그런 아이디어가 당장 인스타그램을 다 뒤지면서 책 이 모양 저 모양 다 보고 이게 예쁘네 저게 예쁘네 해서 나오는 건 아닌 것 같거든. 그냥 어느 순간, 산책을 하든 이 닦든 샤워하든 뭘 할 때 ‘아, 내가 책을 내면 이거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떠오르는 거야. 이미 저장이 돼 있었던 거고, 그거를 이제 실행만 하면 되는 건데. 이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이걸 다 봐야 내가 게으르지 않은 것 같고, 요즘 트렌드가 뭔지, 어떤 게 뭐 반응이 좋은지, 어떤 책이 잘 나가는지, 어떤 창작자가 멋있는지 싹 다 알고 있어야만 내가 그에 뭔가 버금가는 걸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 그런데 오히려 최근의 아이디어일수록 얕을 확률이 더 높은 것 같고, 50년, 200년, 300년 된 것들, 아니면 뭐 성서를 읽으면서 얻는 아이디어 같은 게 오히려 더 멋질 수 있는 것 같아. 좀 더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고. 이런 과정에 익숙해져야 좋을 텐데.
힌지 그러네. 인스타 속의 콘텐츠들은 오 좋다, 하고 다음 게시물로 휘릭 넘기게 된단 말이야.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참고할 만한 건지 곱씹을 시간 없이 일단 저장해 놓고 나중에 한 번에 봐야지 했던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근데 산책을 한다던가 책을 읽는다든가 하면 곱씹을 여유가 있잖아. 근데 인스타는 곱씹을 시간을 주지 않아.
래리 나도 동의하는 게, 산책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되게 많은데, 그럴 때는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든다?
소신 맞아!
래리 반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뭔가를 찾을 때는, 더 나은 게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에 계속 찾는 거야. 인스타로 뭔가를 찾을 때는 찾는 걸 멈출 수가 없어.
소신 오히려 지난 3개월 동안 레퍼런스 안 찾아보고, 남 거랑 내 거 비교 안 하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더 많은 것들을 확신을 가지고 만든 것 같아. 포스터 하나 만들 때도 지난 3개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구도 안에서 텍스트를 어떻게 배치하지?’ 같은 생각을 잘 안 했어. 인스타그램은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알고리즘으로 놀라울 만큼 잘 보여주잖아. ‘사람들은 이렇게 디자인하네’하고 몇 번 클릭하면 연결해서 계속 보여주니까, 나도 모르게 레퍼런스 안에 갇히는 거야. 근데 그런 과정이 없어서 오히려 실행이 빨랐던 것 같아. ‘이게 내 최선이야’ 이러고 넘기는 거지.
힌지 그러고 보니 나도 인스타그램 안 할 때는 디자인 작업이 정말 빨리 끝났어. 인스타그램 할 때는 내 작업물에 적당히 만족할 줄 모르게 되는 것 같아. 인스타엔 너무 좋은 디자인이 많기 때문에 계속 비교하게 되는 거야. 이걸 이대로 내놓으면 부끄럽겠지 하는 마음. 근데 인스타 안 할 때 만든 디자인 작업물은 너무 만족스러웠던 거야. 반응도 따로 보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
인스타그램 밖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
래리 인스타 안 하는 대신 우리가 했던 노력에 대해 말해 볼까? 롤랜드는 일단 월간통신을 개편했어. 조금씩 오는 피드백들이 ‘예전보다 재밌다, 낫다’라는 얘기들이었어.
소신 나도 개편 이후가 더 재밌어.
래리 우리가 인스타그램 할 때는 통신문에 쓰는 소식들이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한 얘기라던가, 앞으로 할 얘기라서 좀 형식적인 느낌이 있었거든? 어차피 다 아는 소식이거나 곧 알 소식인데, 이 작은 종이에 아무리 소개해 본다 한들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근데 인스타그램을 안 하니까 더 이상 홍보 게시판 같은 게 없는 거야. 그래서 이 통신문 한 장을 게시판처럼 생각하자, 인스타그램으로 가볍게 업데이트했을 스토리를 여기다가 텍스트로 풀어보자,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우리 구독자들이니까 더 자신감 갖고 해 보자, 라는 생각을 했지. 그랬더니 통신문 작업이 예전보다 훨씬 재밌었어. 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 서비스도 사용하게 됐는데 사실 카톡도 소셜미디어이긴 하잖아. 근데 왜 카카오톡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냐면, 인스타그램 같은 무한 스크롤이 없어서였던 같아. 끊임없이 내리는 동안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천해 주는 인스타 대신, 카톡은 하나의 메시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긴 하니까. 굳이 선택하자면 이쪽이 낫지 않나 하고 카톡 메시지를 수단으로 선택한 것 같아. ‘인스타그램을 중단하는 동안 이쪽으로 좀 모여주세요’라면서 초대받기를 원한 사람만 초대한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좀 있었어.
소신 모객에 어려움이 있었어? 그게 좀 궁금해.
힌지 인스타를 할 때랑 안 할 때랑 손님의 수는 비슷했어. 우리 모임에 참여해 주는 분들은 인스타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분들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 우리 이야기를 계속 꾸준히 봐줬던 사람들이, 인스타를 운영하지 않을 때도 우리를 기억하고 내내 참여해 줬던 거야. 그래서 그중 몇몇 분들은 카톡이 더 편하다는 얘기도 하셨어. 직접적으로 딱 소식만 접할 수 있으니까.
래리 뭐랄까, 카톡이 우리만의 은밀한 메시지 같은 느낌을 줘서 더 좋았던 것 같아. 단골손님들이 대부분 왔다고 그랬잖아. 이 3개월 동안 진정한 단골들을 만난 기분이 들었어. 안 그래도 이미 단골들인데 더 친해진 느낌? 그래서 단골손님이 새로운 손님을 우리에게 또 흔쾌히 소개해 주고.
힌지 그리고 인스타그램 안 하는 동안 로그아웃 교류기지라는 모임을 오픈했는데, 모임 신청자가 친구 한 명 초대할 수 있는 모임이었어. 그렇게 처음 오는 손님이 생기기도 했어. 인스타는 불특정 다수에게 우리를 노출시키는 게 목표라면, 3개월 동안은 우리를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분들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게 목표였거든.
소신 원래는 인스타그램을 하기 때문에 안심하는 구석이 있었던 거 같아. 두 사람도 공감할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에 홍보했으니까 이제 됐다. 기다리면 되지,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이런 마음이 좀 있었는데, 이제 그게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가 제일 먼저 얘기했던 거는 메일 보내는 빈도를 높이는 거였어. 그러니까, 활동량을 늘리자는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 왜냐하면 우리의 존재를 빈도 높게 전해주려면 메일을 보낼 거리가 있어야 하거든. 보통 책이 나오거나, 모임을 하거나, 어디에 참여하거나 하는 소식을 보냈기 때문에 활동량을 더 늘리자는 얘기를 많이 했었어. 그전에는 작은배 후원자가 아니라면 메일을 한 달에 한 번만 받을 때도 있었을 거야. 후원자면 더 자주 받았겠지만. 근데 최근 몇 달 동안은 거의 일주일에 평균 한 번씩 메일이 나갔어. 그리고 두 번째는 강소팟 발행 안 놓치는 거.
강단 많은 일들을 벌이다 보니까 또 강소팟에서 다룰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소신 맞아. 선순환이 있었어.
강단 할 말이 없으면 녹음하기가 진짜 어렵거든. 녹음 전날까지 주제가 안 정해지고 이러다 보면 ‘이번 주는 진짜 못 하겠다’ 이렇게 되는데, ‘이번에 인천 헌책방 거리에 가니까 헌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이런 식으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정해지니까 훨씬 더 편한 거지.
소신 우리가 이번에 낸 책이 『속도제한』이잖아. 그러니까 ‘작은배가 어떤 속도로 성장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이런 식으로. 내가 항상 하는 고민이, 창작자인 나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에 주제가 빠르게 소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든. 내가 매번 다른 사람일 수는 없잖아. 그래서 창작물이 지루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 근데 새로운 일을 많이 해 나가니까 선순환이 좀 있었어. 강소팟을 하는 내 마음도 신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팟캐스트를 일요일에 맞춰 발행하려고 진짜 바쁠 땐 토요일에 녹음했어. 얼마 전에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이번 주는 발행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강단이 정신 차리자 (일동 폭소) 무조건 해야 한다고 멱살 잡고 녹음하고 발행했었거든.
힌지 우리 둘 다 동기가 생겼네. 인스타를 안 하면서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니까, 어느 부분에서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나 봐.
소신 콘텐츠 만드는 마음이 확실히 달랐어.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뭔가를 올려야 한다는 그 마음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거를 증명하고 싶은, 건강하지 않은 욕심이었던 것 같아. 근데 작은배 웹사이트에 콘텐츠를 더 자주 발행하고 싶다고 느꼈던 건, 뭐라고 해야 할까. 빚진 거에 대해 갚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 ‘내가 메일 안 보내서 이 사람들이 나를 잊으면 안 되는데’ 이런 마음이 아니었어. 우리가 인스타를 안 하는데도 우리의 팟캐스트를 들어주고, 메일을 구독하는 사람들인데. 이분들한테는 내가 진짜 잘하고 싶다. 내가 에너지를 더 써서라도, 소식을 더 자주 전할 어떤 껀덕지라도 만들고 싶다.
힌지 너무 공감돼. 우리도 우리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한테 더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 인스타를 할 때는 우리의 팔로워뿐만 아니라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한테까지도 우리 에너지를 다 쏟아야 했다면, 인스타를 안 할 땐 모임을 와주는 분, 월간통신을 구독해 주는 분, 웹사이트에 와서 타자 연습을 남기는 분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소신 강단은 그런 얘기도 했었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프라인 이벤트를 많이 하고 싶다고. 근데 정말 그때쯤 인천에서 하는 북 페스티벌에 갈 기회가 생겼고, 제주에서 북토크도 하게 됐어. 근데 나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은 것 같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모두가 단골이 된다는 건 아니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결국에 단골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래리 맞아. 온라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에 가깝잖아.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 근데 월간통신 구독자나 카톡 친구와 같은 단골 고객들의 경우는 우리를 궁금해하신다는 명확한 느낌이 있으니까, 소통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 인스타그램을 안 해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감각이지.
인스타그램, 그만둘 수 있을까?
소신 그래서 인스타그램, 없어도 될까?
힌지 나는 인스타그램, 있긴 해야 한다는 생각. 일단은.
소신 (힌지의) 표정이 너무 착잡해가지고.(웃음)
힌지 개인적으로는 있긴 있어야겠다.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로그인 되어있는 계정 하나 정도는. 왜냐하면 불편한 점이 많았어.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브랜드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인스타그램 계정만 뜨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를 안 하니까 내용을 볼 수가 없는 거야. 로그인 없이는 콘텐츠 열람이 안 되거든. 카페나 식당이 열었는지 닫았는지도 못 봐. 정말 필요한 정보마저도 못 보니까, 검색용으로라도 인스타 계정 하나를 갖고 있어야겠더라.
강단 계정 없이 인스타그램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가 있어.
래리 근데 그거 엄청 광고 많아서 보기 어려워.
강단 나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다 있어. (일동 웃음)
소신 이런 경우가 있었어. 저번에 한 그림 작가님이랑 협업을 시작하는데, 이분의 포트폴리오가 그냥 인스타그램인 거야. 사실 요즘 그런 경우 많잖아. 자기 피드에서 원하는 그림의 결이 있다면 미팅 전에 알려주라고 했는데 볼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다가 그 인스타그램 계정 없이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알게 돼 가지고, 필요할 때는 그걸로 봤었어.
힌지 그런 방법이 있구나. 우리는 꼭 피드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캡처해달라고 부탁해서 본 적이 있고. 또 한 번은 베트남 여행 갔을 때 우리가 갔던 카페가 손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걸로 알고 있었어. 근데 우리가 올라왔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소신 그래서 어떻게 했어?
래리 난 엄마 걸로 봤어. 힌지에게는 인스타 볼 수 있는 웹사이트로 보여줬어. 그, 광고 엄청 많은 웹사이트.
힌지 그걸로 보는 데 너무 불편한 거야. 진짜 광고도 많이 뜨고, 여러 장짜리 피드인데 한 장만 나온다든가.
소신 불편하긴 했어.
래리 인스타에만 올라오는 정보를 어렵게 찾을 때,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인스타 쓰니까, 당연히 인스타를 활용해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힌지 맞아. 인스타를 안 하던 사람들이 느꼈을 소외감에 공감하기도 했어.
소신 창작하는 아침 모임에서 동료분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자기가 인스타그램을 잘 안 한다는 거야. 딱 방금 힌지가 얘기한 것처럼 카페 공지 이런 거 확인해야 할 때 쓰는 계정이 하나 있을 뿐이지 전혀 활동하지 않는 분이어서, 인스타그램을 3개월 동안 안 해보겠다는 결정이 반갑다고 이야기해 줬었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폴더폰 쓰기 시작하면서 QR 코드 찍어야 할 때 못 찍었던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올렸다’ 이런 얘기를 했을 때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사람이 있었겠구나. 나도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힌지 스마트폰 없이 폴더폰만 들고 병원에 갔는데 건강검진 예진표를 QR로 찍어서 작성해야 했던 거야. 그래서 순간 당황했는데 바로 옆에 2g 폰 이용자를 위한 종이 예진표가 따로 마련이 되어 있었어. 당연하지. 병원엔 스마트폰을 안 쓰는 어르신들도 많이 갈 테니까. 근데 그게 너무 감동인 거야. 안 쓰는 사람이 되어보니까 그런 배려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앞으로 우리의 소식을 전할 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서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소신 나는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 안 해도 될 것 같아. 한 번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어. 근데 그 친구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편이야. 근데 그 친구가 ‘너 요즘에 인스타 안 하잖아. 인스타만 안 하는 거야? 다른 것도 안 하고 있는 거야?’ 묻더라고. 그러니까 일은 계속하고 있냐는 거지.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면 ‘앞으로 내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눈에 안 보인다고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구나’였어. 그러니까, 소식이 궁금하면 작은배 웹사이트에 들어와 줄 정도로 우리를 관심 있게 생각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랑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지, 내가 모두를 설득하고 싶은 건 아니구나. 그럴 필요가 없구나. 이런 거를 그런 리액션을 볼 때 많이 느꼈어. 왜냐하면, 그때 조금 통쾌하더라고. ‘인스타그램 밖에서 우리는 재밌게 살고 있었는데 너는 몰랐구나’ 하고.
힌지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어! 소신 말처럼 우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인스타 안 하고 싶어서 안 했다’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서 이게 하나의 실험이고 활동이라는 생각을 해 줄 텐데.
소신 작은배 웹사이트만 보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다 나오거든. 우리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한테 관심을 구걸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근데 인스타그램을 하는 이상, 나는 그럴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나는 좋아요가 몇 개 눌렸는지 궁금한 사람이고, 사람들이 우리를 언급할 때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을 그만둬야 하겠구나 싶어.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래리 그러네. 어차피 우리가 인스타를 하거나 안 하거나 큰 차이는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소신 맞아. 나도 비슷하게 느꼈거든. 우리도 모객이 사실, 거의 똑같았거든. 근데 또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했어. 우리가 하루에 물건을 만 개씩 천 개씩 팔아야 하는 회사였다면, 중요한 마케팅 채널을 포기하는 게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 3개월 만에 충분히 깨달았을 수도 있지만, 원체 몸집이 작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그걸 깨달으려면 3개월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3개월은 너무 짧았다.
힌지 우리는 몸집이 지금보다야 조금 더 커지면 좋겠지만, 너무 유명해지는 걸 감당할 마음은 없는 두 팀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우리의 방향이랑 맞는 실험이었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인스타그램이 크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
소신 그래서 그런지 3개월 동안 그렇게 큰 타격은 못 느꼈던 것 같아.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아차차 했을 수도 있어.
래리 인스타그램을 한동안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스타 다시 하면서 올린 글에 ‘인스타그램을 안 해보자는 얘기를 인스타그램에서 안 하면 어디서 하냐’는 이야기를 적었거든? 그래서 한동안은 로그아웃 하자는 얘기를 인스타그램에서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 이번에 우리가 인스타 프로필 문구를 바꿨어. ‘나가는 길은 이쪽입니다’라고. 사람들이 우리의 계정을 통해 인스타그램 바깥으로 나갔으면 좋겠어. 우리의 웹사이트 글을 보러 간다거나, 오프라인 모임 신청을 하러 간다거나. 이런 식으로 조금 더 방법을 찾다가, 적절한 때에 그만하고 싶어 나도. 그래서 일단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건강하게 인스타그램을 써보고 싶어서 몇 가지 지침을 정해뒀거든. 예를 들면 피드 업로드를 줄이자. 차라리 링크를 걸 수 있는 스토리를 좀 더 쓰자. 나는 인스타가 피드에 외부 링크 걸 수 없게 만든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인스타그램에서 못 나가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그나마 스토리는 링크를 누를 수 있게 되어있잖아. 아무튼, 이렇게 우리만의 사용법을 정해두려고 하거든. 인스타를 최대한 수단으로만 쓰기 위해서.
강단 나는 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없앴어. 유일한 걱정이라고 하면은 외국인 친구들하고 어떻게 연락할까 싶긴 했거든. 근데 대학교 졸업 이후에 어차피 연락을 잘 안 하고 지내고 있어서. 나중에 그 나라에 가게 되거나 하면은 그때 또 어떻게든 연락할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그리고 요즘에는 카카오톡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힌지 아, 맞아.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동안 카카오톡으로 유도했는데 카카오톡이 SNS화 되는 게 너무 눈에 보이니까 우리도 다시 고민해야 될 것 같아.
소신 근데 나는 이참에 카카오 친구 한번 싹 정리했어. 이제 100명도 없어.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강단 갑자기 카톡 피드에서 처음 보는 아기를 한 다섯 여섯 명 보게 됐어. 한 20년 동안 안 본 형의 아기를 갑자기 보게 되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소신 작은배 계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 거 같아? 나랑 강단은 사실 서로 얘기를 많이 안 나눴거든.
강단 작은배 계정은 그냥 두면 될 것 같아. 방치하면 될 것 같아. 왜냐하면 팔로우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차피 팔로우하지 않을까. 우리를 진짜 지켜보고 싶다면. 우리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약간 신비주의면서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프랭크 오션이라고 알아? 알앤비 가수. 프랭크 오션이 인터뷰나 이런 것도 많이 안 하고 앨범도 많이 안 내는데 노래가 워낙 좋아서 힙스터들이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잖아. 프랭크 오션 인스타그램 들어가 보면 별거 없을 거거든. 근데 뭐 사람들이 다 팔로우하겠지?
소신 보 번햄도 그래. 우리가 엄청 좋아하는 보 번햄이라는 코미디언 겸 뮤지션도 그렇거든.
힌지 인스타 계정에 들어갔는데 게시물이 별거 없어도 팔로우하는 편이야?
소신 보 번햄은 아예 없거든? 근데 팔로우했었어. 나는 좀 고민인 게, 인스타그램을 안 하고 싶어. 지금도 안 올리고 싶거든? 그런데 11월에 우리가 공모전을 하잖아. 공모전은 진짜 많이 알려질수록 좋은 거잖아.
힌지 우리는 매주 웹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는 피드는 올리지 말자고 정했어. 목요일 글을 계속 읽어주는 분들은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목요일마다 찾아와서 읽어준다는 걸 알게 됐어. 관성적으로 올리던 게시물은 생략해도 될 것 같아. 문제는 모임이야. 우리는 오프라인 모임 위주이기 때문에.
래리 모임은 공지해야 할 것 같아.
힌지 근데 고민이 되기는 해. 왜냐하면 인스타에 올렸을 때랑 안 올렸을 때랑 오는 사람의 수는 비슷했다는 걸 알게 됐잖아.
래리 근데 그래도 모임은 해야 해. (일동 폭소) 왜냐하면 목표가 있잖아.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온라인에서 말고 오프라인에서 만나자고 막 설득해야 해. 나는 인스타를 정말 수단으로만 쓰고 싶어. 예쁘고 멋지게 올리는 거 말고. 지역 신문에 소식 전하듯이만 소식을 올리고 싶어. 인스타그램이 잘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지만, 여하튼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인스타를 쓰는 중이니까. 그래서 나는 작은배 공모전 소식은 올려도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소신 그럼 또 4:5 비율로 사진 바꿔야 한단 말이야. 그런 게 진짜 열받는 포인트거든. 3개월 동안 안 해도 됐던 건데. 또 하려고 하니까 하기 싫어. 원래는 포스터 뽑아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부탁해서 붙이고 이랬는데. 요즘엔 도서관 메일 계정으로 포스터 디지털 파일만 보내도 키오스크에 틀어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육지에 있는 도서관들 리스트업해서, 파일도 좀 보내보고 하려고.
힌지 그거 좋다. 도서관. 근데 나 아무래도 개인 계정은 안 써보는 걸로 할래. 생각해 보니까 개인 계정을 안 쓴다고 주변에 얘기해 놓았던 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 인스타를 볼 때는 많은 정보를 알아도 다 활용할 수가 없으니까 뭔가를 놓쳤다는 마음이 드는데, 모르니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좋고. 간혹 좋은 소식이나 정보를 직접 전해 받을 땐 전해준 친구에게도 고맙고, 이런 경험은 더 소중하다고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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