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번 돈 13,000원
블로그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발행하기로 다짐한 이후 벌써 31개의 글이 쌓였다. 가게 휴무로 인한 공백기를 제외하면 한 주도 빠짐없이 글을 쓴 셈이다. 꾸준히 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우리의 글을 아껴주고 구독하는 분이 늘어날수록 블로그에 대한 고민도 덩달아 많아진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블로그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
사장이 직원에게 주는 숙제
나는 치지레이지의 사장이자 직원이다. 이 말인즉슨 일을 벌이는 것도 나, 그 일을 수행하는 것도 나라는 뜻이다. 다채로운 일인다역을 소화하려면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찾은 해결책이 '매주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사장'인 내가 '직원'인 나에게 주는 숙제와 같다. 일주일에 글 한 편이라는 과제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을 해내는 과정은 절대 그렇지 않다.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은 '작지만 오래가는 가게'를 만드는 시간이다. 레시피를 작성하려면 메뉴 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고, 글의 소재를 고르려면 가게의 구석구석을 살피게 된다. 글을 쓰면서 정리한 생각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고르다 치지레이지의 정체성을 구체화할 힌트를 얻기도 한다. 글쓰기는 이제 나에게 없어선 안 될 숙제가 되었다.
샌드위치를 사이에 둔 대화
블로그가 사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으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치지레이지 블로그를 알고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글을 읽고 치지레이지가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손님과 우리 사이에는 유대감이 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서도, 빈 접시를 옆으로 치워둔 채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하려면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치지레이지는 먹으면 사라지는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식당일 뿐이지만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시공간과 무관하게, 블로그는 치지레이지를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힘이 있다. 블로그를 소재로 손님과 대화를 나눌 때, 블로그에 친절한 댓글이 달릴 때 나는 그 힘을 느낀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블로그로 번 돈 13,000원
최근 블로그 운영에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 계좌를 열었다. 놀라운 건 그 후 총 13,000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계좌를 확인했을 때 기쁨을 넘어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의 글을 보고 돈을 내는 사람이 있다니. 마치 음식을 처음 팔았을 때 기분과 비슷했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리 자기 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순간만큼은 전업 작가가 된 것처럼 행복했다.
작고 소중한 금액이지만, 13,000원은 블로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했다. 글은 영상이나 공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 알맞다. 전자책, 구독형 레터, 잡지, 심지어 백과사전이 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다. 지금처럼 솔직하게 기록하면서 블로그의 앞날을 마음껏 상상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