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vs 탈회사
나는 내 삶의 보스가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나는 한참을 회사원처럼 살았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루틴은 쉽게 벗어 던졌지만, 여전히 나는 회사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퇴사 후에도 일의 일정과 목표를 문서로 정리해야 마음이 편안했다. 스스로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 대신 레퍼런스를 들면서 설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맸다. 나는 회사가 칭찬하던 업무 방식으로부터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것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마케팅 광고를 돌릴 때 '내가 고객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회의감이 들었어. 그래서 치지레이지를 운영할 때는 광고를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만 손님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어."
어느 날 강단이 들려준 이야기는 내 생각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예산을 쓴다고 하면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하지만 강단은 작은 부분까지 모두 의심하면서 우리만의 기준을 세우길 원했다. 이런 강단과 나는 많이 다퉜다. 퇴사는 했지만 회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나에게, 강단은 정답을 오답이라 우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단은 끊임없이 새로운 화두를 꺼내 놓았다.
- 미팅은 꼭 필요한 것일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생각을 맞춰나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 계획이 중요한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마감에 치이는 대신 원하는 단계에 필요한 만큼 시간을 쓰는 건 어떨까.
- 목표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눈앞에 놓인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 못하는 건 외주를 주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빵을 직접 굽고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것이 멀리 보면 더 나은 결정이 아닐까.
강단이 던지는 질문에 나는 매번 새로운 답안을 써내야 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따랐던 회사의 기준이 나에게 여전히 유효한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좋다고 학습한 방식은 아닌가. 고통스러운 질의응답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회사원으로 살았던 삶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2021년 5월 마지막 회사를 그만뒀으니, 퇴사를 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의 탈회사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퇴사와 탈회사는 절대 같지 않다. 회사를 그만뒀어도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남은 평생을 회사원처럼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외부의 기준에 빗대어 스스로를 평가하고 채찍질하는 대신, 나만의 방식과 기준에 맞춰 사는 삶을 원한다. 나는 내 삶의 보스가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