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나아지고 있는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1%씩만 나아지자고 다짐했다.
검색창에 '치지레이지'를 검색하는 일이 어느새 새로운 취미가 됐다. 여느 때처럼 검색어를 입력하고 글을 하나하나 눌러보는데,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리뷰를 보았다. '피자 맛이 나서 좋아했던 구운 채소와 비건 치즈 샌드위치에서 김치전 맛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슬프거나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설거지하고 야채를 손질하면서도 방금 읽은 리뷰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김치전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느낀 건 회의감이었다. 혹시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인 걸까. 소스와 빵 맛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시도가 틀렸던 걸까.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껏 들여온 노력에 대한 자부심이 그 짧은 후기 하나에 스르륵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내가 좋아하는 국숫집 사장님은 늘 똑같은 맛의 음식을 내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국물 맛.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덕분에 사장님의 실력은 조금씩 나아져 왔을 것이다.
반면 치지레이지는 다른 의미로 나아지기를 택했다. 치지레이지를 시작하면서 나와 강단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1%씩만 나아지자고 다짐했다. 음식 맛에서도 마찬가지었다. 간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샌드위치 빵은 얼마나 바삭해야 할지. 아주 작은 부분까지 고민하고 실험하며 음식의 디테일을 잡아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실수하고 실패했지만, 음식 맛이 점점 좋아진다는 단골 손님들의 피드백 덕분에 기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영업 첫날에 팔았던 음식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샌드위치 맛은 분명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나아지는 방향이라 믿었다. 하지만 더 나은 것이라 믿고 내놓은 결과물이 누군가에겐 퇴보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쓰리다.
치지레이지는 과연 나아지고 있을까? 마음 편히 '그렇다'고 답하고 싶지만, 불쑥 찾아온 의심 앞에서 입을 꾹 다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