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배의 창작 동료 인터뷰: 지키미 님

Q. 똑똑똑!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캐나다 토론토 근교에서 그림 그리며 살고 있는 김지영, 지키미입니다. 외국인 가족과 친구들이 저를 애칭으로 ‘지’라고 부른지 오래라, 사실상 ‘지 킴 Ji Kim’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ji kim’s illustration’의 앞 자를 줄여서 지키미로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강단, 소신 님처럼 나를 한 단어로 전달할 수 있는 심오한 작가명이 탐나기도 해요. 하하.
Q. 지키미 님의 그림과 영상은 색감부터 남달라요. 특히 진 Zine 만드는 영상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요. 언제 처음 진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지키미 님이 생각하는 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진을 알게 된 건 작은배의 <창작하는 아침> 모임 덕분입니다. 처음 소신 님이 진을 언급하셨을 때 'Zine'이 무엇인지 몰라서 뜻을 물어봤던 기억이 나요.
올해 1월에 매주 1개씩 진을 만드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릴스로 그 과정을 공유했어요.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은 건지 릴스 조회수가 조금씩 올라가더라고요. 신기하고 얼떨떨한 경험이었어요. 이후 정체불명의 책임감으로 진에 관한 책도 찾아 읽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봤어요. 그러다 보니 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졌고요.
진의 매력은 그림(또는 글)을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작은 책 형태로 만들어서, 꾸밈없이 툭 건네보는 느낌을 준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진의 형태에 맞춰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신기했거든요.

Q.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을 달성하셨어요!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인스타그램 콘텐츠 제작에 시간을 많이 쏟고 계시는데, 1만이라는 숫자가 지키미 님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팔로워로 축하받는 것이 조금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따스운 말씀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팔로워 1만이란... 내가 운영하는 작은 상점에 손님이 백 명 정도 오다가, 갑자기 만 명이 방문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좋으면서도 신기하고, 들뜨는 기분입니다. '2025년 상반기쯤 팔로워 1,000명은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만’이라는 숫자를 만났을 때, 목표를 이루자마자 그냥 지나친 느낌이라 조금은 정신없기도 했습니다.
2024년 1월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는데요. 그동안 만났던 작가님들이 "팔로워나 조회수가 많다고 일거리가 저절로 들어오는 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걸 깊이 새기고 있었어요. 실제로 팔로워가 늘었다고 외주가 저절로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라서 담담해지려고요. 그저 지금껏 해 온 창작을 더 꾸준히 하면서 멀리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싶습니다.
Q. 온라인에서 만나는 창작자들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고, <창작하는 아침> 외에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계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다른 창작자와 연결되는 것이 지키미 님에게 어떤 힘을 주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상업 일러스트 작가로서 살아남고 싶어서 커뮤니티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그림 작가로서의 삶은 이제 막 시작했거든요.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예전 같으면 다이어리에만 혼자 적어두었을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직접 전하거나 메일로 보내기도 하면서요. 기억에 남을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성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또, 저는 사람과 연결될 때 큰 힘을 얻어요. 제게 긍정을 나눠주는 분들과 더 깊고 따뜻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저부터 먼저 긍정적인 영향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며 고통스러워하는 작가님을 가끔 만나는데요. 그럴 때마다 너무 안타까워요. 제가 보기엔 정말 다 잘 그리시거든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자신만의 감각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물론 제가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 역시 제 그림에서 늘 부족한 점을 발견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누군가 남긴 작은 칭찬 댓글에서 몰랐던 장점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 부분에 집중해서 파고들며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댓글이나 메시지가 작가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과 영감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가진 긍정을 전하려고 합니다.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을 발견하고 말해주는 일이 사실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그런 작은 연결이 좋은 창작으로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항상 긍정적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예민하고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서 위로하는 마음을 삶과 창작에 담아 내보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외국에 살고 있어서 한국어로 연결될 수 있는 무언가를 더 간절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현지에서 아무리 잘 적응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제게 말을 거는 건 언제나 한국어거든요.
Q.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면, 그림을 적용한 다양한 굿즈 목업 이미지를 항상 같이 올려주잖아요. 그림의 쓰임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지키미 님의 그림으로 제품을 만든다면, 어떤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나요?
저는 제 그림이 상업적으로도 매력 있게 활용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특정 브랜드를 찾는 건 아직 숙제예요. 저에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가 있다면 언제든 인스타그램 메시지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그리고 저는 엽서나 카드를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 저만의 공방 문구점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공간에 오신 분들이 창작을 이어 나가는데 영감을 받고 일상을 조금 더 알록달록 기분 좋게 꾸밀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제가 쪼물딱 거리며 만든 작은 소품을 보면서 잠시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캐나다에 계신 지키미 님은 시차 때문에 아침에 혼자 창작을 해야 하니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창작자로서, 아침 창작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지키미 님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최근 6시에 딱 맞춰 일어난 건 한 달에 삼분의 일 정도 됩니다. 일단 6~7시 사이에 일어나서 모닝 페이지를 써요. 그리고 그날 작업하게 될 그림이나 영상 아이디어를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물론 늦잠을 자는 날도 있지만, 6시에 일어나서 창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데 익숙해진 후로는 출근하지 않아도,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도 불안감이 많이 줄어서 좋습니다. 일찍 일어나려고 혼자 애쓸 때는 다시 자고 싶어서 괴로운 적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변화가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2025년 4월 27일
질문 고은비(소신)
답변 김지영(지키미)
* <창작하는 아침> 모임 소개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