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아티스트 맞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무엇을 할까?> 1편.
*English translation is here
예술에 가장 중요한 건 노동이다. 매일같이 앉아서 노력하는 것 외로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 Steven Pressfield
누군가가 나를 '아티스트'라 불렀다. "에이, 아티스트는 아니야." 부끄러워서 허허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왜 아티스트로 불리길 거부했을까. 몇몇 이유가 떠오른다.
- 창작물로 밥벌이를 못 한다.
- 창작물이 유명하지 않다.
- 그래서 창작물에 자신이 없다.
내가 예술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아티스트'라는 칭호는 김환기나 빈지노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왕관처럼 느껴졌다. 내 창작물로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거려도, 차마 나의 노력과 능력을 믿어주지 못했다.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는 열등감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창작에 인생을 바치고 있으면서도, 사부작사부작 별거 아닌 척 했다.
예술가로 사는 건 삶의 방식에 달려있다. 이 방식을 따를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 '난 예술에 재능이 없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마치 '난 수도승으로 사는데 재능이 없어'라는 말과 같다. 수도승으로 살든지 말든지 선택만 하면 되는 문제다. - Rick Rubin
내 일상은 이미 창작으로 가득 차 있다. 사무실에 앉아 글 쓰고, 녹음하고, 편집하다 보면 어느새 밖은 깜깜하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 않았지만, 뭐라도 만들고 발행하는 루틴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다른 예술가의 책, 팟캐스트, 영상을 소비할 때도 창작에 쓰일 영감을 발굴한다. 소설을 읽다 압도적인 문장을 발견하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나도 언젠가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신의 축복을 받은 작가를 질투하는 동시에 내 초라한 실력을 걱정한다.
예술은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써 내려가는 것이다. - Julia Cameron
사실 내가 아티스트 자격이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필요 있나. 창작에 중심을 두는 삶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날 아티스트라 불러 다오!'라고 울부짖지 않아도, 누군가 날 아티스트라 한다면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앞으로 2주간 창작에 더욱 집착함으로써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작은배 레터로 공유할 예정이다. 더 많이 배우고 표현하고 발행하고 싶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침에 모닝페이지를 휘갈기는 시간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아티스트 정신을 번뜩 깨울 수 있을지. 천천히 알아보고 싶다.
작은배 레터는 어떻게 읽으셨나요?
치지레이지를 정리하며 당근에 올려뒀던 테이블 냉장고마저 새 주인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베를린에 사는 소신의 언니가 귀국해서 앞으로 한 달간 제주에 머무를 예정이에요(얏호!). 짧은 한 주간 섭섭한 이별과 행복한 재회가 공존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글 말미에 적었듯이, 앞으로 2주간 창작에 대한 강단의 생각을 시리즈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오늘 보내드린 이야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메일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작은배 이모저모
- 강소팟 13화 '(소비)에 대한 강단과 소신'이 업로드했습니다. 내가 돈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소비의 기준, 과거와 다른 지금의 소비 패턴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 여러분의 친구 강소팟은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감사하게도 1월-2월 <책과 나> 모임이 모두 마감됐습니다. 3월-4월 모임 공지도 조만간 레터로 가장 먼저 공유하겠습니다.
- 작은배TV 새로운 영상 소식을 알립니다. 야심 찬 2인 출판사 생존 전략을 담아봤습니다.
- 강단 개인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이 한국인은 나라가 없어질까 두렵다'인데요. 초초초고령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우려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