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위잉 돌아가는 흙을 보고 있자면」, 무지

「위잉위잉 돌아가는 흙을 보고 있자면」, 무지

위잉위잉. 물레판 위에 놓인 흙덩이가 돌아가고 있다. 앉은 자세를 다시 한번 고쳐잡고 두 팔꿈치를 안쪽 허벅지에 단단히 고정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오른손에 힘을 주어 흙을 열한 시 방향으로 민다. 손을 최대한 꺾어 손꿈치로 흙을 일정하게 밀어야 한다. 왼손은 거들 뿐, 열한 시에서 그 힘을 받아준다. 그러다 어떤 타이밍이 딱 되면 흙이 올라간다. 산 모양으로 올려둔 흙이 안쪽으로 빨려가면서 말 그대로 올라간다. 뻑뻑하게 소용돌이치던 흙덩이가 내 손을 따라 움직이다 어느새 멈춘 듯 매끄러워질 때. 이 모든 감각을 손으로 느낀다는 건 꽤나 큰 희열이다. 맨손에 닿는 흙의 감촉이 기분 좋은 낯섦이랄까. 아무래도 도예를 한다는 건 어른이 되어갈수록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환경은 피하고만 싶었다가 어린 아기가 처음 바깥으로 나가 땅을 만져보는 것처럼 생경한 즐거움이 따라오는 일인 것 같다.
숨을 후. 내쉬며 조심히 손을 떼면 흙이 중심을 단단히 잡은 채 물레와 함께 돈다. 머릿속으로 컵을 만드는 과정을 복기하며 이제 흙을 좀 더 섬세하게 만져본다. 양 손바닥으로 흙을 감싸고 엄지를 맞붙여 윗부분을 지그시 누르면 구멍을 뚫을 위치가 움푹 파인다. 조금 더 힘을 주어 구멍을 좀 더 깊게 한다. 흔들리지 않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게 필요한 순간이다. 적당히 입구를 냈다면 컵의 바닥을 만들 차례다. 넣은 손가락을 바깥쪽으로 당겨오며 구멍을 넓혀 바닥을 펴준다. 그냥 손이 모양을 잡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흙이 흔들리지 않게 천천히 손을 놓으면 몽땅하고 두꺼운 컵 같은 것이 빙빙 돌아간다. 다시금 두꺼운 흙벽을 사이에 두고 오른손 엄지와 셋째 넷째 손가락으로 컵의 면을 잡아본다. 흙과 맞닿은 손가락 간격만큼이 컵의 두께가 될 것이다. 물레가 한 바퀴 한 바퀴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손가락도 그대로 위쪽으로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입이 닿는 부분을 매끄럽게 정리해 주면 내 손으로 만든 컵이 완성된다. 그때 돌아가던 물레가 함께 멈춘다.

물론 때때로 맘처럼 되지 않는 날도 있다. 잘하고 싶은데 내 손이 머리와 같지 않아 흙덩이가 흔들흔들거리면 마음도 요동친다. 구멍을 제대로 뚫지 못하거나 중간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중심이 흐트러지면 흙은 여지없이 흔들린다. 그게 첫 흙덩이라면 다시 하면 된다고 과감하게 흙을 잘라낸다. 몇 번 더 해봐도 잘 안될 땐 손과 물을 깨끗하게 하고 온다. 스트레칭도 한번 하고. 대부분 또 실패한다. 그럴 땐 그냥 집에 가버려야 하는데 이번엔 될 거라고 하는 오기가 나를 붙잡는다. 결국 평소처럼 다섯 시간을 채우고서야 일어서는 것이다. 완전히 지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머릿속은 복잡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돌리다 손까지 움직이고 있는 걸 알아차릴 때야 머리를 흔든다. ‘아냐 아냐. 욕심을 버리자. 이런 날도 있는 거지.’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나를 열심히 다독인다. 그리고 나는 안다. 어차피 물레판 위에 놓인 흙덩이는 다시 돌아갈 거라는 걸.
어쩌면 이 흙들에 집중하면서 실패를 대하는 법을 새롭게 배우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도자기를 망쳤다고 해서 누가 손가락질하는 것도 내가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조금 답답하거나 가끔 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도예에 있어서는 가벼운 마음을 갖자고 매번 다짐한다. 한 번에 잘해야지 하는 마음보다 차근히 해보자고. 못 만들어도 괜찮다고. 도예 선생님의 가르침도 비슷하다. 흙이 흔들리는 것을 마냥 포기하지 않도록 망친 것도 살려보라는 선생님의 미션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그 부분을 자르거나 손으로 끝까지 잘 만져서 나름대로 형태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도예에는 적당히 굳힌 흙을 원하는 대로 휘리릭 깎아버릴 수 있는 정형이라는 단계가 남아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을 이때 깎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흙도 나도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한다. 기꺼이 시간을 들여 도로 만나고 망치고 살리는 과정에 나는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일주일에 한 번. 도예를 가는 날이면 하루 전부터 온통 도예 생각뿐이다. 한껏 상기된 기분으로 공방에 도착해 물레에 놓인 흙을 바라본다. 그럼, 다시 시작이다.
위잉위잉.


「위잉위잉 돌아가는 흙을 보고 있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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