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기 전엔 정말 모른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얻어서 오래가는 배움이 있나요?

해보기 전엔 정말 모른다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강소팟 에피소드를 준비하며 읽은 책. 발췌하고 정리한 인용구만 10,000자가 넘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에 대한 강소팟 에피소드가 유독 마음에 듭니다. 완성본을 듣고 또 들으며 ‘앞으로 이런 콘텐츠만 만들고 싶다’ 생각했어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준비 과정부터 매끄러웠습니다. 8권의 책을 읽으며 정리한 인용구만 10,000자가 넘었고요. 오덕 쌤을 덕질하는 두 사람의 진심을 듣는 분들도 똑같이 느낀 것 같습니다. ‘이번 방송 유난히 재밌네요.’ 좋은 피드백은 언제나 기쁘지만, 이번엔 짜릿할 정도로 행복했어요.

작은배가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 이상향을 빨리 정하고 싶다는 충동을 자주 느낍니다. ‘작은배는 어떤 콘텐츠를 만드나요?’라는 질문에 들려 줄 멋들어진 말이 없을 때 고민은 더 깊어져요. 하지만 이젠 답 대신 보여드리고 싶은 콘텐츠가 많습니다. 브랜드 가이드에 따라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창작과 발행을 반복하며 찾은 작은배다운 콘텐츠. 머리보다 행동이, 행동보다 마음이 앞설 때 우리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봐야 아는 것’을 주제로 작은배 레터를 꾸려 보내드립니다. '흑백요리사'를 보며 떠올린 식당 창업 경험담, 그리고 강소팟 인터뷰의 방향성을 틀게 된 이야기를 다뤘어요.

💌 작은배 레터에 담긴 이야기

1. 식당 열면 끝인 줄 알았지? : 짬통을 뒤지는 요리사가 살아남는다
2. 2년 차 팟캐스터의 깨달음 : 인터뷰 말고 대화를 하고 싶어요
3. 일상 속 용감과 영감을 찾아서 1️⃣ 제주에서 만난 연극, 지상의 여자들 & 그 섬에 꽃을 2️⃣ '따로 또 같이' 창작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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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공개된 ‘흑백요리사’ 에피소드를 보며 조금 울컥했습니다. 요리사들이 팀을 이뤄 임시 레스토랑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미션을 보는데, 과거 식당 사장이었던 시절이 떠올랐거든요. 손님이 없을 때 몰려오는 두려움, 밀린 주문을 쳐내야 한다는 압박감, 음식이 맛없으면 어쩌나 손님의 얼굴을 살피는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1년 반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식당 치지레이지를 운영하는 모든 순간에 진심이었기에, 출연자들의 쪼그라든 마음에 완벽히 몰입했어요.

소신은 에드워드 리, 정지선, 나폴리 맛피아 셰프를 유난히 응원하고 있는데요. 색깔이 강한 셰프들인 만큼 응원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번 레스토랑 미션에서 세 사람이 보여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 2시간 30분 반짝 여는 임시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피드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심지어 남긴 음식까지 뒤져가며 맛과 서비스를 빠르게 개선한다는 점이었어요. 24시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오픈한 식당이지만, 그들에게는 언제나 ‘더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었습니다.

강단과 소신은 만 1년간 식당을 준비했습니다. 레시피를 연구하고, 제빵을 독학하고, 운영에 대한 기본을 공부하면서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준비하고 시작하면 좋을지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준비란 건 없다는 사실을, 진짜 배움은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몰랐던 거죠. 싱크대 앞에 서서 손님이 남기고 간 그릇을 보며 맛과 재료의 비중을 끊임없이 손보던 시간. 강단과 소신의 음식은 식당을 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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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배 하우스에 입주한 민은별 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강소팟 게스트로 모시기 전 사전 인터뷰를 겸한 자리였어요. 강단이 요리한 비건 토마토 리조또와 샐러드를 앞에 두고 웃음기 가득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은별 님에게 궁금한 것을 몇 가지 묻다 보니 자연스레 돈벌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창작물에 대해 돈을 받는다는 것이 생계유지를 넘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지한 생각을 나눴어요.

은별 님이 집으로 돌아간 후, 빈 그릇을 씻으며 생각했습니다. ‘오늘 대화를 고스란히 녹음해서 에피소드로 발행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리고 지금과 비슷한 몇 번의 경험을 하다가 1년 전 강소팟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랐어요. 어딘가 기록해 두고 싶을 정도로 진한 대화를 나누면 다시 들으면서 곱씹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어쩌다 강소팟 인터뷰는 편안한 대화와 거리가 멀어진 걸까? 지금은 좀 경직된 질의응답 같은 느낌인데.’

앞으로 ‘인터뷰’라는 말은 멀리 던져버리기로 했습니다. ‘질문지’ 대신 ‘대화거리’라는 표현을 쓰고, 게스트를 소개하는 딱딱한 멘트도 없앴어요. 호스트인 강단과 소신의 비중을 높여 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지난 14개월 동안 총 17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서야 이런 중요한 깨달음을 얻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으면서도 17번의 경험이 하나하나 시행착오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열일곱 번이나 해봤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에 다가갈 수 있었던 거예요.

총총총 계단을 타고 한 층 올라가 은별 님 집에 도착! 휴일 아침, 작은배 하우스로 초대해 주신 은별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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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에서 만난 연극, '지상의 여자들' & '그 섬에 꽃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지 4년 차. 하지만 제주에서 연극을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 2개의 연극을 보았는데요. 완벽히 다른 소재, 형식, 분위기의 극이었지만 뇌리에 강렬히 박혔다는 점은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깊게 몰입한 배우를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는 감각이 아주 오랜만이었어요.

제주는 문화생활의 불모지라며 종종 불만을 표출하곤 했는데요. 좋은 연극을 잇달아 접하며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제주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저희 두 사람이 게으른 거였어요. 제주에는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자, 같은 지역에 사는 창작자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소비로 응원하자 다짐했습니다.

2️⃣ '따로 또 같이' 창작하는 아침

지난 토요일엔 창침 동료들과 '따로 또 같이'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6시부터 7시, 한 시간 동안 전국 곳곳에 살고 있는 동료들과 같은 창작을 했는데요. 평소 하던 창작을 잠시 멈추고, 종이 위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무얼 그릴까 궁금해하면서요.

그림 주제는 '가을'과 '기분 좋은'이었어요. 라이브가 끝난 후 온라인 아카이브 공간에서 서로의 그림을 나눠보며 하하호호 웃었습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창작으로 이어진 우리. 다음엔 무얼 '따로 또 같이' 해볼까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소신은 따뜻한 커피와 사자 같은 강아지 미자를, 강단은 커다란 커피를 둘러싼 자연을 그렸습니다.

💭 작은배 소식 모음

· 강소팟 Ep.33 떡상존버 창작자, 민은별을 만났다
작은배 하우스에 입주한 민은별 님. 유튜브, 그림책, 비누, 이모티콘, 엽서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거 만들면 돈이 될까?'하는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독립 창작자의 돈벌이 고민, 강소팟 33화는 애플 팟캐스트⁠⁠⁠⁠스포티파이⁠⁠⁠⁠유튜브⁠⁠에서 지금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 2024년 9월 작은배 월간 보고서*
지난 9월을 보내며 강단과 소신이 겪은 시행착오, 적나라한 매출, 구독자 수 변화.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담았습니다. 월간 보고서를 다 쓰고 나면 속이 후련합니다.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비밀을 털어놓은 기분이에요. 이번 달에도 작은배의 대나무숲이 되어 주신 모든 후원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작은배 월간 보고서는 후원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은배 후원자께는 월간 보고서 뿐 아니라 다양한 비공개/선공개 콘텐츠를 보내드리고 모든 모임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얻어서 오래가는 배움이 있나요?

'해봐야 아는 것'에 대해 나누고 싶은 경험담을 들려주세요. 오늘 보내드린 작은배 레터에 대한 피드백과 감상도 좋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작은배 방명록에서 기다릴게요.


❤️‍🔥 작은배를 함께 만드는 31명의 열렬한 후원자들

- 길보트·어므므 우두머리 길영배
- 커피가게 우리는 호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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