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음
목표 너머에 있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5월 11일 제주대학교 한 수업에 특강을 하러 다녀왔다. ‘디지털 콘텐츠 전략’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우리의 경험담과 고민을 전달하면 학생들이 치지레이지를 위한 콘텐츠 기획안을 과제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연이 끝난 후 약 40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어색함만 감돌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좋은 질문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지낸 질문도 있었다. 바로 ‘치지레이지의 목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우리가 가게와 블로그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지표는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맥이 풀릴 것을 알면서도, 나는 ‘목표는 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만약 학생들이 기대한 대답이 매출, 팔로워, 구독자 수 같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목표나 KPI 같은 것에 완전히 질려버렸거든요. 퇴사하고 우리의 일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목표에 집착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목표를 이룬 사람'을 자주 만났다. 어린 나이에 투자받아 대표가 된 사람, 목표보다 더 크게 회사를 키운 사람, 원하던 연봉을 받으며 업계 최고 회사에 들어간 사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취였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다른 면이 더 크게 보였다. 누군가는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오늘이 결혼기념일인 것을 깨닫고 괴로워했다. 회사 동료 그 누구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지 못해서 혼자 끙끙 앓는 사람도 있었다. '성공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명이 된다고 한 들, 그중에 우리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팔로워 수에서 벗어나 생각하면 치지레이지를 아끼는 분들과 더 솔직하게 소통할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손님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일까? 줄 서는 식당 사장에게 손님 한 명 한 명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손님을 사람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대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목표 너머에 있는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목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럴싸한 사업 계획을 세우는 대신, 우리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