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나는 어디에 살고 싶은가?> 3편
어디에 살아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까지 고민하게 된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답은 역시 '행복'.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이 목적이라면 가장 행복한 나라로 떠나면 되는 거 아닌가?
UN에서 발행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를 찾아봤다. 덴마크가 줄곧 1, 2위다. 반면 한국은 57위. 그들의 비결이 궁금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정말 우리보다 행복할까? 내가 코펜하겐에 산다면 삶이 더 좋아질까? 그러면 제주에서 덴마크 사람처럼 살아볼 순 없나?
신뢰 – 높은 세금을 내면서도 정부를 신뢰한다
덴마크는 평균 소득세 45%, 부가가치세 25%로 굉장히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우리나라 소득세가 중위소득 기준 24%이니 정말 큰 차이다. 그 대신 모든 덴마크 국민은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 부모 총 52주 출산휴가, 보육 수당, 국가 건강보험, 국민연금, 주거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는다.
덴마크의 잘 알려진 복지 정책도 그렇지만, 국민이 정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살펴보면 더 놀랍다. 약 30년간 덴마크 국민의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거의 매년 1위다. 정부, 사법부, 군대 모두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청렴하리라 생각하다니. 뇌물 받은 대통령이 줄줄이 감옥에 가고, 정치인은 세금으로 세계여행 다니고, 재벌은 3·5 법칙의 혜택을 받고, 방산비리가 숨 쉬듯 터지는 나라에서 자란 나에게는 굉장히 낯선 마음이다.
신뢰가 행복의 비결이라면, 나도 우리나라 정부를 신뢰하고 싶다. 내 투표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모두 도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지키고 있다고 자신 있게 외치고 싶다.
이타심 – 이웃은 경쟁상대가 아니다
인문계와 실업계, 인서울과 지방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끝없는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 남들보다 더 높은 점수, 많은 자격증, 큰돈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물질적 풍요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회에서 이타심을 기르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동료가 경쟁자로 보이는데 어떻게 남을 배려할 수 있을까.
반면에 덴마크 공교육은 평등한 기회, 자유로운 의사 표현,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요시한다. 덴마크에도 사교육 시장과 사립학교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학생이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란 후 취업을 하면 연간 최소 5주 유급 휴가(근로일 기준 25일)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경조사, 병가, 육아 휴직을 제외하고도 최소 5주. 게다가 여름휴가 기간에는 법적으로 최소 3주 연속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행복은 성과주의가 아닌 안정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 태어난다고 꽃길만 걸을 리는 없지만, 뛰어난 복지와 평등한 교육, 충분한 휴식이 내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
개인이 만드는 변화
덴마크 이민을 고민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국민의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를 뜯어보면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이 글에서는 신뢰와 이타심을 다뤘지만, 장애인과 소수자를 포용하는 마음, 넓은 녹색 공간, 편리한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도 덴마크 국민의 행복에 중요한 요인일 거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배움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정부를 무작정 신뢰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직책이라면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지인에게 옆사람을 사랑하라 강요할 순 없지만 나부터 먼저 이타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돈과 명예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만큼은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확보하려 노력할 수 있다. 내가 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순 없어도 주변 사람이 더 많이 웃도록 도울 수는 있다. 내 주변만큼은 덴마크로 바꿔보자는 마음을 가져본다.
혹시... 덴마크 가보셨나요?
덴마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며칠간 글과 영상을 통해 덴마크가 왜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지 알아봤습니다. 재밌었던 부분 중 하나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덴마크처럼 되려면"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덴마크의 정치 및 사회 복지 구조가 롤모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불평 또한 열심히 찾아봤는데, 대부분 햇빛 없이 흐린 날씨에 대한 불만이었어요. 여름 빼고는 우중충한 날이 많아 햇빛만 나오면 모두가 기뻐서 밖에 나온다고 합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방명록과 댓글창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덴마크 가보신 구독자님이 있다면 후기를 듣고 싶네요.🤔
⛴️ 작은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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