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배는 후원자가 필요하다

<작은배 웹사이트,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2편

작은배는 후원자가 필요하다
작은배를 응원하는 방법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라는 최악의 조언을 듣고 15년을 낭비했다. 쿨해 보이는 예술가에게도 돈 버는 기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Van Neistat

망했다. 강단과 소신은 돈을 벌어야 한다. 작은배를 지속하고 싶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짜 글, 오디오,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돈을 낼 만한 가치가 무엇일지 매일같이 고민하지만 정답은 모르겠다. 온라인 콘텐츠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식당을 운영할 때는 샌드위치를 6,500원에 팔 수 있었지만, 뉴스레터를 편당 6,500원에 팔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마법을 써야 할까?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당키나 한 걸까?

광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가장 먼저 떠올린 모델은 광고다. 팟캐스트나 뉴스레터에 제품을 홍보하는 형태. 하지만 이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1. 작은배와 결이 맞는 제품을 찾고, 광고주와 소통하고, 광고 방식을 결정하고, 광고를 실제로 제작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 가늠하기 어렵다.
  2. 광고가 주 수입원이 되면 구독자가 아닌 광고주가 만족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된다. 드라마 주인공이 뜬금없이 홍삼을 먹고 안마의자에 누워 시간을 때우는 장면에서 ‘바로 이거지!’라며 좋아하는 시청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
  3. 작은 채널에 광고가 저절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고정 수익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광고주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광고 모델이 얼마나 가성비 좋고 효과적인지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지만, 작은배는 방문자 프라이버시를 위해 데이터 수집조차 꺼려한다.

위와 같은 걱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만의 광고 방식을 구상하기도 했다. 광고 금액과 방식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해서 광고주와의 소통 비용을 줄이자. 기존 콘텐츠에 광고를 섞는 대신 광고가 메인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강소팟 에피소드를 만들어보자.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비즈니스 모델만큼은 가장 우리다운 형태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후원

웹사이트를 개편하면서 2년 전 썼던 글을 꺼내 보는데, 당시 구독자가 41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320명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으니, 그 사이 무려 8배 성장한 것이다. 콘텐츠의 힘이란 이런 게 아닐까. 투자하는 시간과 함께 정직하게 쌓여가는 것. 광고나 외주를 한다면 비교적 큰 금액을 덜컥 얻을 수 있겠지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구독자와의 관계에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광고주를 모집하기 전, 웹사이트에 후원 기능부터 도입했다.

우선, 우리는 ‘멤버십’이 아닌 ‘후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이겠지만, 멤버십 등급에 따라 콘텐츠 접근 권한을 나누는 형태는 싫었다. 그 대신 후원자 혜택으로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가 되길 원했다. 작은배 후원자는 강단과 소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삶의 형태를 진정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다. 기꺼이 돈을 내고 후원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우하고 싶었다.

후원 금액은 부담 없이 매달 낼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금 내역을 봤을 때 '이 정도는 강단과 소신에게 줄 수 있지' 싶을 수준의 금액을 고민했다. 그리고 후원자에게 제공할 혜택을 나열했다. 예를 들어 월 $5씩 후원하는 ‘열정적인 후원자’의 이름을 작은배가 발행하는 모든 콘텐츠 하단에 넣기로 했다. 후원자 전용 작은 광고판 처럼 이름과 함께 원하는 링크도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작은배가 성장할수록 후원자가 얻는 혜택이 함께 커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 역시 멤버십이 아니라 후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후원자와 함께 성장하기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작은배에 어떤 라벨을 붙여야 쿨해보일까. 종종 작은배의 쓰임과 가치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나는 일단 망하더라도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작은배를 아끼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고, 작은배를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후원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돈 버는 기술은 아직 잘 모르겠다. 발행발행발행. 꾸준한 발행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 만큼은 알고 있다.


⛴️ 작은배 이모저모

  1. ‘창작하는 아침’ 8월 동료를 모집합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창작하기.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면 매일 조금씩 거뜬해집니다. 이번 모집은 7월 29일 (월) 밤 10시에 마감해요. 창작하는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눠요!
  2. 작은배 영어 블로그에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강단이 시간 내서 지난 작은배 레터를 모두 번역하고 있어요. 덕분에 얼마 전에는 스페인에 사는 구독자에게서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은배 콘텐츠로 지구촌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3. 아리랑 라디오의 초대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Wonders of Jeju’ 방송에 제주 사람들을 소개하는 작은 코너가 있는데, 8월 중에 발행된대요. 매번 인터뷰를 하기만 했지 당하는 건 오랜만이라 무척 즐거웠어요. 방송일 확정되면 또 알려드리겠습니다.
❤️
작은배를 함께 만드는 열렬한 후원자들
- 길보트·어므므 우두머리 길영배
- 커피가게 우리는 호연지
- 세잔
- 써니 써머
- 고창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