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기준
남들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성공을 정의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백만 구독자 때 너를 만났잖아. 그때 진짜 고민이 많았거든. ‘성공이란 뭘까?’ 하고. 사람들이 ‘너 성공했구나!’ ‘너 성공했어!’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거든. 그때 네가 우리 사무실에 와서 ‘난 성공했지.’ ‘난 성공했어.’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내 생각에는 네가 좋은 주변 사람들을 갖고 있더라고. ‘아 그래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
- 피식쇼에서 민수가 제이팍에게 한 말 中
‘내 삶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너무 자랑처럼 들릴까 봐 강단에게만 신이 나서 떠드는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내 시급은 어느 때보다 낮고, 안정성은 눈곱만큼도 없으며, 치지레이지의 유명세는 아주 미미하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과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성공한 기분이 든다.
부, 명성 같은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나를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으로 볼지 모른다. 물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벗어던지기 어려운 강박이다. 매일 4시간 자면서 100억 매출을 이룬 사장의 성공담을 듣거나, 대기업에 다니며 법정 휴가일을 빠짐없이 챙기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볼 때. 나 역시 갖지 못한 것을 이리저리 저울질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에 내가 쫓는 성공은 없다는 걸 안다. 나의 첫 회사는 직원이 3명뿐이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작가에게 필요한 지원 사업이나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했고, 일이 좋아서 주말에도 회사 생각만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만족감과 달리 마음은 불안했다. '첫 커리어를 작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는 걸까? 직함도 애매한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성공은 커녕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결국 나는 더 나은 연봉과 안정성을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옳은 결정이라 믿었다. 하지만 높은 연봉이나 회사의 크기는 내가 상상했던 성공을 전혀 보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첫 직장에서의 삶이 많은 면에서 성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성공을 정의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나는 그때 깨달았다. "미안하지만 저는 그런 성공을 좇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곳에 있어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에게는 이런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불안함과 타협하는 대신 내가 해야 했던 건, 성공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이해하고 지키는 일이었다.
성공은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수집한 성공의 순간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것이 성공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됐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침을 맞이할 때, 친구들과 연말을 보낼 때,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첫 직장에서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던 작가들은 내 삶에 더 이상 없지만, 치지레이지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손님들이 생겼다.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도 이런 순간을 양보하며 살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평범한 하루에도 성공한 구석은 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성공의 순간을 모아서 잘 들여다보면 남들과 다른 나만의 성공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부나 명예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부나 명예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나만의 성공 기준을 알았다면 이제 용기를 낼 차례다. "미안하지만 저는 그런 성공을 좇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곳에 있어요. 그러니 저는 마음 가는 대로 잘 먹고 잘살겠습니다. 그저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