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불안정한가요?
불안정한 일을 하더라도 마음만큼은 안정적일 수 있다.
가게를 열겠다는 나의 결심을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 재밌겠다! 어휴 근데 나는 불안해서 절대 못 해.
- 잘 될까? 결국 망하면 어떡해?
우리의 결정을 열렬히 응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영업의 불안정성을 먼저 떠올렸다. 대박집보다 망하는 식당이 더 흔한데다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식당을 창업한다고 하니, 나조차도 모험을 앞둔 아이처럼 불안했다.
하지만 가게를 시작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요하다. 불안정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할 수 있다니.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 언니가 떠올랐다. 언니는 내가 기획한 대학로 연극에서 만난 배우였는데, 서울대를 졸업하고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참이었다.
언니에게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연기자는 정년이 없잖아. 늦게 시작해도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새 일감이 언제 생길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일을 하면서도 정년을 이야기하는 언니의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식당을 열겠다고 마음 먹던 순간까지도 그때의 대화는 나에게 큰 용기를 줬다. 아무렴 어떤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불안정하면 얼마나 불안정하겠어?
이제 나는 자영업 역시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임대료, 메뉴, 판매가, 영업시간을 결정하면 손님이 없을 때의 손해 금액과 장사가 잘 될때의 최대 이익 모두 예상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 일을 불안정하다 볼 수 있을까? 손해를 견딜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 때 가게를 시작한다면 식당을 안정감 있게 운영할 수 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불안정하잖아요. 살아남으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퇴직금이나 이직 같은 플랜 B가 없는데도 자영업을 안정적이라 볼 수 있을까요?’ 비단 자영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어떤 직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불안정한 일을 하더라도 마음만큼은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당장 내일 하루도 예상할 수 없는 자영업자의 삶이지만, 치지레이지 사장인 나에게 정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