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나는 내가 세상에 있길 바라는 제품을 완성하고 싶다.
면접
"아니, 이 정도 질문도 이해 못 하는데 어떻게 우리랑 같이 일하려고 해요?"
취준생 시절, 회사 대표와 면접 중 완전히 얼어버린 적이 있다. 제대로 된 답변을 못 하며 횡설수설하는 순간 대표는 한숨을 쉬었고, 나는 고개를 떨구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제가 시간을 뺏었습니다. 그런데 저 정말 간절합니다. 믿어주시면 잘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난 어떻게든 잘 보이고자 즉흥 연기를 하고 있었다. 간절하다는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회사에서 하게 될 업무가 무엇일지, 누구와 함께 일하게 될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방황을 최대한 빨리 멈추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다는 욕망만 있었다. 본인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간절함이 있을 리 없었다.
면접을 망치고 건물을 나오는 순간 머리를 쥐어짜며 하늘을 바라봤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내가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덜컥 숨이 막혔다.
간절함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애가 왜 제주도에서 장사를 하고 있냐?"
나에게 오랜만에 연락한 형은 다짜고짜 물었다. 어떻게 내가 비건 샌드위치샵 사장이 되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2년 전 면접에서 고개를 젓던 대표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단 쓰던 메시지를 지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답장 대신 차단 버튼을 눌렀다.
과거의 내가 간절함을 쥐어짜며 연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삶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이해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왜 그렇게 사냐'고 묻는 사람을 설득할 시간은 없다. 내면의 방황을 잠재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 데 나는 이미 성공했다.
내가 세상에 있길 바라는 제품을 완성하고 싶다. 독창적이면서 저렴한 음식, 편안하면서 청결한 공간, 실용적이면서 영감을 주는 온라인 미디어까지. 100년이 지나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드는 가게. 이것이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