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파는 이유
진심을 알아주는 손님에게 저렴한 가격은 덤일 뿐이다.
다정한 비건 이웃 식당
음식의 가격은 가게 이미지를 결정한다.
- 12,000원 샌드위치를 포크, 나이프와 서빙하는 식당
- 6,000원 샌드위치를 종이에 싸주는 식당
치지레이지는 어떤 식당이 되고 싶은가? 가게를 열기 전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치지레이지는 다정한 이웃 식당이 되고 싶다. 일주일에 여러 번 방문해도 지갑 사정에 부담이 없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식당. 이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샌드위치 가격을 주저 없이 6,400원으로 정할 수 있었다.
세상에 다정한 이웃 식당은 많지만, 다정한 ‘비건’ 이웃 식당은 드물다. 비건 음식을 특별한 메뉴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비건 음식이 비교적 비싸기 때문일까? '비건하는 사람들은 비싸도 사 먹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봐라'는 조언을 들은 적 있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최선을 다해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누구나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을 만들고 싶어졌다.
쉬운 선택과 어려운 선택
우리도 매출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날이 있다. 샌드위치가 너무 싼 것 같다는 손님의 염려를 들을 때 특히 그렇다. 물론 가격을 올리면 매출은 오른다. 하지만 '쉬운 선택을 하면 삶이 어려워지고 어려운 선택을 하면 삶이 쉬워진다' 믿는다. 가게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월세가 낮은 자리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빵과 소스를 직접 만들며 원가를 낮춰야 한다. 언젠가 채소도 직접 재배할 수 있어야 한다.
샌드위치 가격이 너무 싼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이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노력을 알아주는 손님이 많아질수록 치지레이지의 앞날은 조금씩 수월해질 것이다.
저렴한 음식에 그렇지 않은 서비스
저렴한 샌드위치를 팔더라도 ‘싸서 가는 식당'이 되기는 싫었다. 사람들은 가격대가 낮은 식당에 갈 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지레이지는 시간을 들여 손님의 얼굴과 취향을 기억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진심을 알아봐 주는 손님에게 저렴한 가격은 그저 덤일 뿐이다.
어느 날 비싼 음식을 팔거나 이벤트를 열어도 어색하지 않은 가게를 만들고 싶다. 실제로 회고 모임은 5시간 만에 신청을 마감했고, 비건 라자냐 팝업 식당은 4시간 만에 준비한 수량의 반 이상을 판매했다. 우리가 처음 선보이는 모임과 메뉴인 만큼, 제품만 보고 선뜻 구매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손님은 우리 두 사람을 신뢰하기 때문에 치지레이지의 제품을 선택한다. 진심을 다해 쌓은 손님과의 관계가 치지레이지의 가장 큰 자산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