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인이 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CHEESYLAZY에 거대한 목적은 없다.
영혼이 깃든 정신은 자신의 것에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연구하면서 생겨난다; 영혼은 결국 자기 의존의 문제다. - Matthew B. Crawford
나는 주인이 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하는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 누군가 혹은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춰 일하고 싶지 않다.
- 말이 아닌 실행, 소비가 아닌 창조에 집중하고 싶다.
- 주 40시간 틀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일과 삶의 경계가 자의적으로 무너질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마음에 혼자 불안해하기도 하고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주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은 거대한 성과를 이루고 싶은 욕망과는 달랐다. 타인의 인정이 아닌 내면의 행복에 가까워지고 싶었기에 먼저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떠올렸다.
영어를 잘하니까 교육을 해야 하나 싶어서 일단 온라인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블로그, 웹사이트, 오픈 채팅을 만들고 관리하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업을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시급을 받았지만 내가 바라던 수준의 열정은 나오지 않았다.
당신은 특수한 형태를 가진 퍼즐 조각이다. 그리고 오래된 방식처럼 자기가 가진 모양을 바꾸어 존재하는 공백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을 위해 더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내 주위에 새로운 퍼즐을 만드는 것이다. - Jessica Livingston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콘텐츠를 좋아하니까 뉴스레터를 운영해볼까 싶어서 영어 그리고 한국어로 글을 썼다.
글을 쓸 때 집중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할까?''라는 고민도 했다. 비교적 덜 알려진 글을 번역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내가 글이나 번역에 온전히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취업 준비하던 시절 나는 면접에서 "셰프와 창업가를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아직도 지로 오노나 나발 라비칸트 같은 장인이 보여주는 집요함 그리고 주체적 사고에 감동하며 그들처럼 내 것을 이루는 사람이 되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면접실에서 앉아있던 나는 몰랐지만, 이제야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식품 관련 창업을 꿈꿔왔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장 큰 조건은 '설렘'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그 어떤 큰 성취를 이룬다 해도 설렘 없는 삶은 곧 지루해지고 말 것입니다. - 환희
일주일 전, 아내와 함께 비건 샌드위치 샵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가게 이름을 순식간에 'CHEESYLAZY'로 결정하고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줄줄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 그런지 맡을 역할을 나눌 때 스트레스가 없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경험과 고민이 오늘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겨버렸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CHEESYLAZY에 거대한 목적을 두고 싶지는 않다. '100% 게으른 상태로 현재에만 집중하자'라는 모토를 기억하며 쭉 전진하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