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메뉴 출시 후기
음식 맛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면 과감히 손님께 바통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매콤한 감자 커리 샌드위치'가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 샌드위치 신메뉴라 그랬을까. 출시를 앞두고 긴장을 참 많이 했다. 샌드위치가 두 종류뿐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는 무조건 만족스럽기를 바랐다.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커리 샌드위치가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신메뉴를 개발할 때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한 번 만들어주고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위해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커리 샌드위치를 출시한 과정은 우리에게 참 값진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신메뉴 출시를 위해 짚어봐야 할 질문들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방문 손님을 위한 메뉴
신메뉴 출시를 결심하고 우리가 먼저 고민한 것은 ‘어떤 맛이 필요한가'였다. 우리는 손님이 다시 방문할 이유를 제공하기 위해 신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매출에 비해서 재방문 손님 수가 많은 편인데, 샌드위치가 두 종류밖에 없다 보니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단골손님을 위한 음식이라면 기존 2개 메뉴와는 차별화되어야 했다. 달짝지근한 맛과 담백한 맛을 가진 메뉴가 이미 있으니 매콤한 맛이라면 새로운 선택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
우리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을 추구한다. 신메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에 없던 독특한 맛은 아니지만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없는 특별한 맛이길 바랐다. 감자 커리를 처음 맛보았을 때 익숙함과 멀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강한 향신료 향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치지레이지 1호 손님인)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로 초대했다. 우려와 달리 아빠는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맛있다'며 호평을 늘어놓았고, 그 덕에 커리로 메뉴의 방향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제조의 효율
주문이 들어오면 10분 안에 음식을 서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방의 동선에 잘 맞고 빠른 제조에 문제가 없는 레시피가 필요하다. 치지레이지 처럼 작은 주방이라면 더 말해 뭐 할까. 기존 2개의 메뉴만으로도 토핑 냉장고 칸이 이미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당근 마켓에서 소형 전기밥솥을 구매했다. 커리를 밥솥에 보온으로 두니 재료 보관 문제가 해결됐다. 커리를 늘 따뜻한 상태로 보관하기 때문에 화구에서 따로 데울 필요도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밥솥에서 커리를 퍼서 담기만 하면 되니 제조 시간 역시 아주 짧아졌다.
일단 하고 보자
큰 깨달음은 메뉴를 출시하고 난 후에 찾아왔다. 하루는 어머니 뻘 연세인 손님이 가게를 찾으셨는데, 나가는 길에 커리 샌드위치가 특히 맛있었다며 특급 칭찬을 날려주셨다. 그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커리처럼 이국적인 맛은 젊은 손님들이 좋아할 거라는 편견이 그 순간 깨져버렸다. 제품에는 정확한 타깃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손님의 입맛은 나이나 성별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해보기 전까지는 정말 모른다. 그러니 음식 맛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면 과감히 손님께 바통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단 한 번의 메뉴 출시만으로 모든 것을 통달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콤한 감자 커리 샌드위치'에 많은 고민을 담았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특히 이 샌드위치에는 우리가 직접 재배한 감자를 사용한다. 재료부터 정성을 가득 담은 메뉴인 만큼, 감자가 다 떨어지고 메뉴가 제 역할을 다 할 때까지 더 많은 손님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