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과 소신의 러브 스토리 (下 편)
함께 내린 모든 결정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 강단과 소신의 러브 스토리 (上 편)에 이은 속편입니다.
나랑 같이 프랑스 갈래?
첫 만남 후, 말년 병장 강단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부대로 복귀합니다. 강단은 소신에게 매일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문자를 보내며 전화를 기다렸어요. 소신은 문자를 보자마자 냉큼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어렸을 적 에피소드,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매일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소신은 강단에게 물었습니다. ‘전역하면 뭐 할 거야?’ ‘아직 계획 없는데.’ ‘그럼 나랑 프랑스, 독일 같이 갈래?’ 전화 통화 중 우연히 유럽 여행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딱 한 번 만난 사이일 뿐인데 말이에요. 두 사람은 강단이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다시 만나 여행 계획을 짰고, 드디어 전역한 강단과 1개월 휴가를 얻은 소신은 함께 유럽으로 떠납니다.
여행은 총 3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여행은 신중해야 한다는데. 함께 훌쩍 떠날 용기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염려와는 달리 긴 여행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단단해졌습니다. 파리, 리옹, 마르세유, 니스를 거쳐 뮌헨에서 베를린까지. 서로의 취향과 습관을 이해할 수 있는 속성 과외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은비야 나 합격했어!
여행에서 돌아온 강단을 기다리고 있는 숙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취업이었습니다. 별다른 뜻 없이 들어간 첫 회사에서 짧은 인턴 생활을 마치고, 강단은 한 미디어 회사에 꼭 입사하고 싶었는데요. 긴 채용 과정을 지나 마지막 후보 2인에 들었지만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상심하던 강단의 얼굴을 떠올리면 소신은 지금까지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몇 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 회사에 미련이 남을 정도로 강단은 간절했어요. 강단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쓴 메일을 회사 대표에게 보냈고, 이후 몇 차례 미팅을 거쳐 결국 인턴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닫힌 줄 알았던 문을 다시 두드려 없던 자리를 만들어낸 것이죠.
‘민석이는 YES나 NO가 아닌 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구나’하고 소신은 감탄했습니다. ‘은비가 없었으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라고 강단은 답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삶에 대해 두 사람은 끊임없이 대화했습니다.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조금씩 닮아갔습니다.
차라리 결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여자친구 얼마나 자주 만나요?’ 한 번은 강단의 회사 동료가 물었습니다. ‘일주일에 6번은 만나는 것 같은데요.’ 답을 하고는 이내 머쓱해진 강단. 자타공인 사내 사랑꾼이었습니다. 1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만났습니다. 특별한 데이트 대신 집에서 요리하고, 영화를 보고, 동네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이렇게 매일 만날 거면 결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결론에 도달한 건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결혼 준비는 식장 예약부터’라는 얕은 지식만 가지고 결혼식장 한 곳을 방문했고,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바로 계약해버렸어요.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었습니다. 웨딩 플래너의 도움 없이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만, 덕분에 소신과 강단 다운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0월 10일. 날씨 좋은 가을날 저희는 결혼했습니다. 그날 하객 앞에서 낭독한 ‘서로를 향한 다짐’을 오랜만에 꺼내 읽어 봅니다. 아직은 이 다짐에 맞춰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은비는 스스로 정한 가치에 움직이고, 진실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멋진 사람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며 은비처럼 자주 웃겠습니다.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은비처럼 소신 있게 나아가겠습니다. 은비와 함께 우리만 아는 행복을 완성하겠습니다.
- 강단의 '서로를 향한 다짐'
민석이는 목표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관대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민석이처럼 집념 있게 이뤄내는 끈기를 기르겠습니다. 복잡한 문제도 단순하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여유를 가지고 살겠습니다. 민석이와 함께 우리만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나가겠습니다.
- 소신의 '서로를 향한 다짐'
무엇이 우리를 이어주었을까
무엇이 우리를 이어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무엇과도 그 마음을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았어요. 직업과 소득은 불안정했고 함께 한 기간도 길지 않았지만 함께 내린 모든 결정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쟁취했어요.
‘결혼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요?’ 신혼부부가 듣는 단골 질문인데요. 저희 삶에서 달라진 점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여전히 비슷한 듯 다른 성격에, 일과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굴곡진 과정을 함께 할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용감하게 살아갈 소신과 강단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