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과 소신의 러브 스토리 (上 편)
저희는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사람입니다.
소신의 어린 시절
소신(고은비)은 1993년 10월 16일 제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놀이터에서 공 차기를 좋아하던 어린 소신. 학교 선생님보다 해동검도 관장님을 더 잘 따르는 아이였지만, 천방지축 본성을 꾹 눌러 담고 중고등학생 시절엔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여느 또래 친구들이 그러했듯 공부를 잘해야 좋은 어른이 되는 줄만 알았거든요. 어랏, 그런데 하다 보니 소신은 공부에 재미를 느꼈고 당당하게 서울대 입학을 이뤄냈습니다.
제주를 떠나 서울로 이주한 소신은 넓은 세상을 마주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신의 마음속에 꽉꽉 눌려있던 폭죽이 팡팡 터지고야 맙니다. 대학 생활 5년간 연극, 독립 출판, 인디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빠져서 일하느라 바빴어요. 흔히 말하는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소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우당탕 대학을 졸업한 소신은 작은 콘텐츠 회사 초기 멤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강단의 어린 시절
강단(강민석)은 1993년 10월 28일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강단. 자칭 ‘전주 프린스’로 살다가 우연한 계기로 14살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11년 동안 5개 도시에서 9개 학교에 다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미네소타까지. 어린 시절 여러 곳을 떠돈 탓에 외로운 날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많이 생겼습니다.
‘민석이는 늘 책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잠들었어’라고 강단의 대학 친구들은 말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전공을 선택할 때, 강단은 소규모 수업만 찾아 들으며 글을 쓰고 책을 읽었어요. 방학에는 인턴십 대신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북을 치거나 한국어 마을에서 카운슬러로 일했고요. 멋대로 맛대로 하고 싶은 공부만 한 덕분인지 강단은 우수 졸업생으로 학업을 마치고 군 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소신과 강단이 처음 만난 날
2018년 12월. 그날도 소신은 출근해서 도서관 사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회사에 딸린 작은 도서관을 지키는 당번이었거든요. 문이 열리고 첫 손님이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말년 병장 강단이었습니다. 휴가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소신이 일하고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는 혼자서 짧은 외출을 나온 참이었습니다.
강단은 첫눈에 소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출처:소신)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동료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하는 소신이 예뻐 보였다고 하네요. 평생 쓸 용기를 한껏 끌어모아 강단은 소신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었고,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낙성대역 앞 카페에서 만나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대화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편안하면서 설렜던 마음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어주었을까
저희는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사람입니다. 제도권 교육을 충실하게 따라온 제주 토박이 소신.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경험한 지구 떠돌이 강단. 성장 배경이 정반대처럼 보여요. 그런 저희가 연애 1년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28살 어린 나이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창업 파트너가 되어 제주로 이주했으니, 짧은 시간에 굵직한 여러 결정을 함께 내려온 셈입니다.
(下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