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WHAT YOU CAN’T
‘식당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신과 강단입니다. 서울을 떠나 제주로 온 지 벌써 8개월이 되었어요. 쏜살같이 흘러간 제주에서의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편지를 씁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요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요리는 가장 낯선 일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식당을 열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제주에 온 후 본격적으로 요리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미용실에 갔는데 사장님이 저희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다가 ‘식당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실패할 거라 단언하시더라고요. 저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자기 의심을 외면하기는 어려웠어요.
지난 8개월간 레시피를 개발하고 제빵을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낯선 요리법이나 부족한 생활비가 아니었습니다. ‘너는 못 해' ‘그걸 왜 해'와 같은 마음속 목소리와 싸우는 일이었어요. 지금껏 남들이 알아주는 학력, 이력, 직업을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유지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그랬던 저희가 CHEESYLAZY를 준비하면서 주인으로 사는 삶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나의 일을 하는 성취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매일 느끼고 있어요. 집에서 첫 손님을 맞이하면서 경험치를 쌓았고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내면서 비건 소스와 치즈 레시피를 완성했어요. 이제는 마음에 쏙 드는 샌드위치 빵도 구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CHEESYLAZY를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저희는 할 수 없는 일을 조금씩 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운명의 가게 자리를 찾기 시작했는데요. 매물을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공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언젠가 ‘할 수 있는 일'이 될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시간을 쏟고 높은 기준을 고집한다면 CHEESYLAZY에게 꼭 맞는 가게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안에 가게 문을 여는 것이 지금의 목표인데요. 칼질조차 서툴렀던 옛날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합니다. 조만간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응원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소신과 강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