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가게가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손님이 왕이라면 사장은 신하로 살아야 한다.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가게가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오랜 기간 변함없이 최선의 환대를 제공하려면 사장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그 어느 때보다 손님이 가진 영향력이 큰 시대다. 이런 시기에 가게를 하는 사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나 카카오에 새로운 리뷰가 올라오면 일단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치지레이지를 향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모든 손님이 우리 가게를 좋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언젠가 1점 리뷰에 상처받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모두에게 친절한 사장님”으로 일하고 싶지만, 사장 또한 손님과 같은 인간이다. 손님이 그렇듯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고 존중받고 싶어한다. 무시당하고 싶어서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가게 주인으로서 가지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손님을 동등한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속초에 있는 카페 루루흐에는 명확한 이용 규칙이 있다. 과도한 사진 촬영, 노트북 이용, 시끄러운 대화가 불가하기 때문에 고요함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규칙을 정하고 도입하는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내가 바라본 두 사장님은 진정한 주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루루흐가 가는 길을 존경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치지레이지에 이용 규칙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다. 누구나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치지레이지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손님에게 명백한 피해를 주거나 사장을 존중하지 않는 손님이 있다면 제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무례한 손님의 질책을 무서워할 필요가 있을까. 내 마음을 속이면서 눈치 보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수십 년간 별 다섯 개만 받는 식당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완벽에 집착해도 부족함은 어디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주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음식, 공간, 서비스에 있어 기대 이상을 제공할 것,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공을 위해 매일 노력할 것,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세상에 기여할 것. 나는 내가 정한 기준을 왕으로 삼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