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강서방
가게가 문을 닫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6개월 전, 나는 공사 중인 치지레이지 앞에 앉아있었다. 그때 인상 좋은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여기는 뭐가 생기나요? 나는 저기 앞에서 일해요.” 알고 보니 그분은 건너편 ‘강서방 식당’의 사장님이셨다. 벌떡 일어나 인사를 드리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1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 온 강서방 식당의 주력 메뉴는 고등어조림이었다. 남편과 함께 시작해서 지금은 두 따님이 일을 돕고 있을 만큼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다.
젊은 부부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고 옛 생각이 나셨는지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떠오르는 대로 옮겨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가게 하면서 이런 게 장사구나 하고 배운 건 딱 하나밖에 없어요. 원래 있던 손님이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는 것.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뿐이에요.”
이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전에 오셨던 손님이 새로운 일행과 치지레이지를 다시 찾을 때, 나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작은 힘을 얻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서방 식당 문 앞에 ‘임대’ 종이가 붙었다. 오랜 노동으로 병이 든 다리가 수술로도 낫질 않아서 결국 장사를 접게 되었다고 사정을 건너 들었다. 소식을 듣지 못한 손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허무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얼마 후 ‘임대’ 종이가 사라지더니 작은 포크레인이 가게 내부를 철거했다. 부서지는 식당을 바라볼 때 마치 내 가게를 보는 듯 마음이 쓰렸다.
12년간 노력으로 일궈온 가게가 문을 닫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폐업한 가게를 보는 오랜 단골의 마음은 또 어떨까? 강서방 식당이 첫 장사라고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직접 만든 음식을 내놓을 때, 깨끗하게 정돈한 가게를 둘러볼 때, 노력을 인정받을 때.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을 두 사장님은 오래전에 겪었을 것이다. 초보 사장은 아직 모르는 수많은 굴곡도 모두 지나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강서방 식당의 폐업이 남 일 같지 않다.
작지만 오래가는 가게를 꿈꾼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게도 언젠가 마지막 날이 올 것이다. 치지레이지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강서방 식당 사장님은 마지막 영업일에도 가게 앞을 쓸며 낙엽을 치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가게가 사라져도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치지레이지에 어떤 마음을 담고 싶은지 골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