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 시작'
이제 씩씩하게 걸어갈 일만 남았다.
소신
오픈 첫날, 2년 전 결혼식 생각이 많이 났다. 웨딩 플래너 없이 나와 강단의 취향을 가득 담은 결혼식을 준비했다. 신남과 스트레스가 공존하는 준비 기간을 지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적처럼 한날 한곳에 다 모였다. 사람들은 축하와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잘 살아!’ ‘축하해!’ 그 마음이 고맙고 소중해서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갚을 길은 그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결혼식 전과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오픈 후 첫 이틀간 생각보다도 많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주셨다. 치지레이지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대박 나세요!’ ‘축하해요!’ 걱정과 긴장 때문에 뻣뻣하게 서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더욱 격하게 격려해 주었다. 고마움을 넘어 미안함이 들었다. 치지레이지를 응원하는 손님들의 마음에 비해 우리의 실력과 서비스는 너무 못나 보였다. 앞으로 더 잘해 드려야지, 더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해야지.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속에서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오픈 일이 결혼식과 같았다면 앞으로의 식당 운영은 결혼 생활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결혼 생활엔 ‘이쯤이면 되겠지’가 없다. 다 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끊임없이 살피고 애쓰고 아껴야 한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지난 2년의 굴곡을 함께 지나 온 인생 파트너 강단이 있고 치지레이지를 응원하는 손님들이 있으며, 의지는 가득하지만 갈 길이 머니까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나 자신이 있다. 이제 씩씩하게 걸어갈 일만 남았다.
+ 덧) 가게를 준비하는 동안 저희 아버지가 많이 애써주셨습니다. 저의 스트레스를 함께 견뎌주고 늘 곁에서 도와준 고창범씨! 사랑합니다.
강단
22년 5월 21일. 죽기 전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픈 날. 최애 카페의 사장님이 큰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방문해 주셨다. 너무나 반가웠지만 동시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 우리가 만든 음식이 실망스러우면 어떡하지.'
'침착하게만 하자'는 말을 되새겼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피클을 집는 내 손은 이미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샌드위치와 피자를 드시는 모습을 힐끔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긴장에 절여진 표정은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나에게 질문을 하셨지만 대답 대신 이상한 헛소리를 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대화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이렇게나 쫄보였다니. 여유로운 척 노래를 흥얼거려도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손님들이 해주시는 '맛있다'는 칭찬이 모두 거짓말은 아닐까.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
사장은 덜덜 떨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오후 4시가 되자 모든 상황이 그저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뿌듯한 마음으로 소신과 포옹했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 시작'이었다.
고작 하루 차이지만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오픈 날 마감을 마치고 소신과 밤늦게까지 보완 사항을 정리해서 적용한 보람이 있었다. 첫 장사라 몸과 정신이 피곤하지만 '자주 올게요!'라는 말을 들으면 삶의 이유를 찾아낸 듯 힘이 났다. 내가 만든 제품이 누군가의 삶에 (아주 작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그저 아름다웠다.
나란 사람. 참 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