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기반 그리고 과감한 실행

가게 문을 열 준비가 됐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튼튼한 기반 그리고 과감한 실행

가게 문을 열 준비가 됐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얼마나 준비하고 시작해야 지속 가능한 가게를 만들 수 있을까?

최근 몇 주간 우리밀로 빵을 만들었다. 처음 우리밀을 쓰겠다고 결심한 건 좋은 제품을 향한 높은 기준 때문이었다. 하지만 듣던 대로 우리밀로 좋은 빵을 굽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기존에 쓰던 수입밀과 우리밀이 가진 특성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소신과 나는 수분, 효모, 반죽에 변화를 주면서 우리밀 공부를 해야만 했다.

간만에 저녁 외식을 하고 산책을 하던 날, 소신은 ‘왜 우리가 지금 우리밀로 빵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두 사람 모두 우리밀 제빵에 대해서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었다. 매일같이 빵을 구우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밀로 시작한 대화는 결국 CHEESYLAZY가 나아갈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튼튼한 기반

튼튼한 기반 없이는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 어떤 일이든 견고한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습을 반복하고, 끈질기게 공부하며,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밀은 좋은 스파링 상대였다. 까다로운 우리밀을 이해하기 위해서 제빵을 기본부터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죽은 어떻게 하는지, 발효 상태는 어떻게 알아보는지, 온도와 습도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난 몇 주간 우리밀과 씨름하며 알게 된 지식은 두꺼운 제빵 책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매번 수정한 레시피로 빵을 구웠다.

레시피를 그대로 외우고 따라하기만 한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기반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발효가 덜 된 빵을 구워도 문제를 파악하거나 개선할 수 없고, 훌륭한 빵을 구워도 무엇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는지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3점 슛을 잘 쏴도 기초 체력이 안 좋으면 프로 농구 선수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기반은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정확한 목표

DO MORE

물론 튼튼한 기반이 전부는 아니다. 제대로 된 목표가 없다면 반듯한 기반은 소용이 없으며, 목표 없이 훈련한다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나아갈 방향과 골인 지점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저 열심히 하는 건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밀로 빵을 만들던 우리가 딱 그 꼴이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정확한 목표를 잊고 있었다. 어쩌면 높은 기준을 핑계 삼아 준비 기간을 늘리고, 아직 준비 중이라는 변명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CHEESYLAZY가 이루고 싶은 핵심 목표는 ‘좋은 제품을 편안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것'이지 우리밀로 완성도 높은 빵을 굽는 장인이 되는 건 아니다. 당장의 과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못된 수행에 빠져 있었다.

과감한 실행

이제는 과감히 실행할 때가 왔다. 더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핑계로 시작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쌓아 올린 기반 위에 올라서서 정확한 목표를 향해 활을 쏘아야 한다.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일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일단 가게를 열고 손님에게 받는 평가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게 문을 열 준비가 됐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모른다. 다만 기반을 쌓기 위한 노력과 과감히 실행할 용기, 이 두 가지가 우리 안에 어느 정도 쌓였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