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망하는 이유
사장은 언제쯤 안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식당 중 약 40%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이토록 많은 가게가 문을 닫지만, 빈자리에는 또 새로운 식당 간판이 들어선다. 식당만큼 망할 이유가 수두룩한 사업 모델이 있으려나 싶어도, 이만큼 창업 장벽이 낮아 보이는 아이템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인구 대비 너무나 많다. 특히 제주도에는 외식사업체가 무려 도민 39명당 하나씩 있다. 불경기와 인구 절벽이 겹치는 마당에 기적같이 수요가 늘어날 거라 기대할 수도 없다. '앗 나 왜 식당하고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망하기 참 좋은 환경이다.
책ᅠ 안티프래질은 식당을 프래질한(깨지기 쉬운) 사업의 대표 예시로 사용한다. 순식간에 망할 이유는 100가지여도 제대로 된 수익 창출이 극도로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임대 표시가 붙은 식당 자리를 보면 식당 사장으로 사는 내 삶이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치지레이지는 다를까?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상가 계약, 메뉴 구성, 미디어 구축까지 여러 노력을 했지만, 우려는 유령처럼 나를 맴돈다. 안타깝지만 많은 식당이 실수 한 번에 무너진다. 가만히 있다가는 내 가게 또한 조용히 사라질 것만 같다. 망하고 싶지 않은 사장으로서 가게가 겪을만한 여러 문제점을 되짚어 봤다.
이유1. 사장의 건강
사장 둘 중 하나라도 부상을 입거나 입원한다면 가게를 열 수 없다. 일을 못 하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 건강검진 받고, 안전운전하고, 충분히 휴식하며 운동하자. 건강 이유로 문을 닫는 일이 생겨도 고정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매출 외 고정수익을 만들어 둬야 한다.
이유 2. 1점 리뷰
음식이나 서비스에 불만족한 손님의 부정적 리뷰에 손님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긍정적 리뷰가 100개 있어도 악성 리뷰 하나가 식당 이미지를 바꿔놓기도 한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에 어떤 리뷰가 있든 우리를 믿고 찾아오시는 단골 커뮤니티를 키워나가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되 모두가 만족할 거라 착각하지 말자. 질책이 있어도 정신적으로 지치지 말자.
이유 3. 외식 문화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넷플릭스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치지레이지 샌드위치를 드시러 멀리까지 와주신다니.
나만 해도 아무 영상 없이 오롯이 식사에만 집중하기 힘들어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 사람이 식당에 쓰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 식당은 서로를 넘어 콘텐츠와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기타 등등
이외에도 치지레이지가 위태로워질 이유는 수두룩하다. 비건 음식이 맛없고, 양 적고, 비쌀 거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거나, 경제 위기로 외식 시장이 확 위축될 수도 있다. 오븐이 고장 나고 건물주와 문제가 생겨 휴무가 늘어날 수도, 종잡을 수 없는 식자재 물가 상승에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나열하다 보면 치지레이지 건너편 국수천하 사장님이 떠오른다. 10년 넘게 손님을 맞이하는 두 사장님은 비 오는 날 천장에 물이 새어도, 무례한 손님이 막말해도, 늦은 시간 손님이 없어도, 허허 웃어넘기실 정도로 여유롭다. 나도 두 분처럼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게 그저 살아남는 것은 아닐 텐데. 식당 사장은 언제쯤 안심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