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많이 일하기 위해

영업시간과 가격 변경을 안내합니다.

더 오래, 더 많이 일하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청상추 가격이 6배가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치지레이지 강단과 소신입니다. 다음 주 10/17 화요일부터 변경되는 영업시간과 가격에 대해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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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점심 11:00-14:00 저녁 17:00-20:00 (라스트오더 없음)
월화수목 영업 / 금토일 휴무 (주 4일 영업)
* 10/16 월요일은 영업시간 변경을 위한 과도기로, 하루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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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음식의 가격을 1,000원~1,500원씩 상향 조정합니다.
음료의 가격은 그대로이고, 부담 없는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1인/2인 세트 메뉴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두 가지 소식 모두 손님께 반가운 소식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고민을 손님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핑계나 하소연이라기 보다, 제품과 업을 대하는 치지레이지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긴 글을 작성했어요.

다정한 이웃 식당

많은 손님이 치지레이지의 샌드위치가 저렴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가격을 올리라는 손님의 핀잔(?)도 종종 듣고, 돈을 더 내고 싶다며 매번 팁을 주시는 손님도 계세요. 저희의 앞날을 제 일처럼 챙겨주시는 모든 손님께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지레이지는 다정한 이웃 식당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 편히 언제든 들를 수 있는 비건 식당. 최초에 음식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이유는 '싸면 사람이 더 많이 오겠지'하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선택지가 적은 비건 손님에게 가격이라는 부담까지 더하고 싶지 않다는 저희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음식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은 모든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구운 채소와 비건 치즈 샌드위치’의 원가율은 처음의 35%에서 57%까지 올랐습니다. 채소를 직접 키우고 완제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격 변동이 심한 잎채소 사용이 많은 탓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방어할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랐습니다.

단촐하고 실속 있는 샌드위치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가격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인데요. 원가율만큼 중요한 것이 매출이기 때문에 객단가(손님 1명이 지불하는 비용)를 올려야 한다고 여러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샌드위치를 보기 좋게 플레이팅하고 곁들임 샐러드나 피클을 제공하면서 3,000-4,000원씩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에요. 샌드위치만큼 예쁜 음식도 드물기 때문에 어쩌면 이 또한 좋은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실속 있고 단촐한 샌드위치를 가장 좋아합니다. 예쁜 접시에 담아 천천히 음미하는 음식도 좋지만, 치지레이지에서만큼은 투박하게 포장된 샌드위치를 양손으로 잡고 크게 한 입씩 베어 먹을 수 있으면 해요. 샌드위치 반쪽이 남는다면 종이로 한번 감싸서 가방에 넣기도 편하고요. 이런 이유로 유산지로 샌드위치를 꽉 감싼 후 반으로 잘라 포장하는 방식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치지레이지 샌드위치가 가장 우리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객단가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원재료 상승률만 적절히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장 볼때마다 식재료 가격을 엑셀 시트에 업데이트하고, 월별 원가율을 모니터링해 온 덕분에 적당한 변경 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으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외부의 이유로 제품 가격을 변경하게 되면서, 저희는 식당이라는 비즈니스가 가진 한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치지레이지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던 일, 만날 수 없던 소중한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고 소중한 식당을 어떻게 운영해야 강단과 소신다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저희는 더 오래, 더 많이 일하고 싶습니다. 치지레이지를 통해 하고 있는 일이 좋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거든요.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치지레이지 영업시간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에는 아래 두 가지 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1. 신메뉴 개발을 통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한다.
  2.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더 많은 손님을 만난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이었습니다. 새롭게 생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긴 글이 되었는데, 이렇게나마 저희의 고민을 손님과 나눌 수 있어 다행이고 기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의 치지레이지도 다정하게 지켜봐 주세요. 늘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며 나아가는 두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단과 소신 드림.